봉준호·박찬욱도 돌아오는데…올해가 진짜 고비라는 이유 [무비 인사이드]

입력 2025-01-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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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극장에서 볼 영화가 없지"라는 말이 관객들 사이에서 나온 지 꽤 됐다. 관계자들은 "올해가 진짜 고비"라고 입을 모은다. 팬데믹 이전엔 한국의 상업 영화가 한 해 60~70여편 정도 개봉돼 왔다. 올해 '빅5' 배급사가 라인업에 올린 한국 영화 작품수는 모두 더해도 21편에 그친다. 물론 희망도 보인다. 'K 무비'의 대표 격인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귀환이다.
영화계 심폐소생 할까…돌아온 봉준호·박찬욱

올해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봉준호 감독 연출의 할리우드 영화 '미키17'과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 없다'다.

'미키17'은 '기생충'(2019)이 국제 영화계를 휩쓴 후 6년 만에 봉 감독이 내놓는 신작으로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패틴슨, 스티븐 연, 나오미 아키에,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대거 출격한다.


이 영화는 '봉준호의 나라' 한국에서 오는 2월 28일 전 세계 최초로 개봉을 확정했다. 북미에서 봄 방학이 시작되는 내년 3월 7일 개봉 예정이다. 워너브러더스는 "글로벌 개봉보다 빨리 한국 관객에게 가장 먼저 영화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주인공 미키를 연기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은 첫 내한을 결정했다. 오는 20일 한국 언론과 팬들을 만나 글로벌 홍보 활동의 포문을 열 계획이다. 그는 차기작 촬영으로 바쁜 일정임에도 봉준호 감독의 고국인 한국에는 꼭 오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내한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했다. 제작비는 1억5000만달러(2000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헤어질 결심'(2022)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은 3년 만에 '어쩔수가없다'를 선보인다.

'어쩔수가없다'는 제지 업체 회사원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다가 갑자기 해고당한 주인공 만수가 아내와 두 자녀를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박 감독이 평소 영화화에 관심을 보여온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만수 역에는 배우 이병헌이 캐스팅됐다. 이병헌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와 '쓰리, 몬스터'(2004)에서 박 감독과 작업한 바 있다.

만수의 밝고 강인한 아내 미리 역은 손예진이 맡았다. 박 감독의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손예진은 남편의 실직이라는 위기에 맞서 가족을 지키려고 앞장서는 미리를 연기한다. 손예진이 이병헌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처음이다.

CJ ENM은 "이병헌은 벼랑 끝에 몰린 가장의 절박함과 광기가 담긴 압도적 연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곳간이 텅텅 비었다…신작 급감 '생존 갈림길'


팬데믹 이후 극장 영화가 퇴보하고, OTT 영화가 주목받으면서 한국 영화의 새로운 위기가 가시화됐다.

코로나19 이후 신작 제작이 급감하면서 창고 영화들이 연달아 개봉하고 배급사의 곳간이 탈탈 털린 상황이라 "올해가 진짜 고비"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팬데믹 이전에 배급사별로 많게 10편 이상의 신작을 선보였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다섯 손가락으로 안팎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CJ ENM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와 '엑시트'(2019)로 900만 관객을 동원한 이상근 감독의 '악마가 이사왔다'를 내놓는다.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부고니아'도 개봉한다. CJ ENM이 기획·개발을 주도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주인공은 엠마 스톤과 제시 플레먼스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7편의 한국 영화를 배급한다. 동명의 웹소설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물 '전지적 독자 시점'(김병우 감독)이 최고 기대작이다. 이민호와 안효섭이 멸망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두 인물을 연기했다.

마동석 주연의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임대희 감독), 강하늘 주연 '스트리밍'(조장후 감독)이 상반기 개봉을 앞뒀다. 구교환의 스릴러 '부활남'(백종열감독)도 라인업에 올랐다. 오랫동안 개봉 시점을 잡지 못한 류승룡·박해준의 '정가네 목장'(김지현 감독), 최민식·박해일의 '행복의 나라로'(임상수 감독)도 올해는 관객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NEW는 설 연휴를 겨냥해 오는 24일 송혜교·전여빈 주연의 '검은수녀들'(권혁재 감독)을 극장에 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조정석·이정은 주연의 코미디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필감성 감독)도 있다.

쇼박스는 김윤석·구교환의 스릴러 '폭설'(박선우·홍의정 감독), 배우 하정우의 연출작 '로비', 동명의 중국 영화를 원작으로 한 구교환·문가영의 로맨스물 '먼 훗날 우리'(김도영 감독), 유해진·이제훈의 '모럴해저드'(최윤진 감독) 등을 내놓는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강하늘·유해진의 범죄물 '야당'(황병국 감독), 우도환·장동건의 액션물 '열대야'(김판수 감독), 연상호 감독의 저예산 영화 '얼굴', 고아성·변요환의 '파반느'(이종필 감독)를 선보인다.

2022년 '동감을 통해 영화 사업에 뛰어든 바이포엠 스튜디오는 총제작비 30~50억 사이의 중형급 영화 7편을 내놓는다.

권상우 주연의 '히트맨2'(최원섭 감독), 이레·진서연·손석구 등이 출연하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김혜영 감독), 공포 스릴러 영화 '노이즈'(김수진 감독), 악뮤 이찬혁이 영화 음악에 참여한 '태양의 노래'(조영준 감독)도 관객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하정우는 '윗집사람들'의 연출, 주연을 맡아 4번째 감독작을 선보인다. 최우식 주연의 '넘버원', 정려원·이정은 주연 스릴러 '하얀 차를 탄 여자'도 라인업에 올랐다.



외화의 경우 '빅히트'를 기대하게 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준비하고 있다. '아바타' 시리즈의 3편 '불과 재'가 12월 개봉 예정이다. 여기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 톰 크루즈의 액션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뮤지컬 영화 '위키드'의 후속작 '위키드 2',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오', 디즈니 실사영화인 뮤지컬 '백설공주'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계에서 영화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뜻을 내비쳤던 넷플릭스도 김다미 박해주 주연 '대홍수'(김병우) 설경구 '굿뉴스'(변성현 감독), 연상호 감독의 '계시록' 등 7편을 선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극장가가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성공한 중형급 작품들이 있어 '복병'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실패의 위험이 큰 대작보다 부담이 적은 중간 규모의 작품을 선호하지만, 이런 작품은 관객 동원에 한계가 있어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이런 어려운 상황이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지속될 거라고 본다. 어쩌면 2026년이 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투자가 들어가지 못하는 작품들이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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