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매지표 하락 속에 전국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물건이 쌓이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신규 물건이 늘어나고 기존 물건이 유찰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12일 발표한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510건이었다. 지난해 11월(3408건) 대비 3%(102건) 증가했다. 2020년 11월(3593건) 이후 4년1개월 만에 3500건을 돌파했다. 경매 진행 건수가 늘어난 건 경기침체로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채무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매 진행 건수가 늘면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응찰자 수 등 주요 경매지표가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낙찰률은 37.6%로 지난해 11월(38.4%)보다 0.8%포인트 떨어졌다. 낙찰가율 역시 84.5%로, 전달(85.5%)에 비해 1%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5.8명이었다. 2022년 11월(5.3명) 이후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수도권에선 서울의 경매지표 하락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지난해 11월(48.3%) 대비 8.5%포인트 떨어진 39.8%를 기록해 9개월 만에 40% 선이 무너졌다. 낙찰가율은 91.8%로 전월(94.9%)보다 3.1%포인트 낮아졌다. 비교적 강세를 유지했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에 대한 경매 수요가 한풀 꺾인 결과라는 설명이다.
인천 아파트 낙찰률은 40.2%로 전월(40.3%)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낙찰가율은 84.4%로 전월(78.5%) 대비 5.9%포인트 상승했다. 검단·송도신도시 등 신축 단지, 교통망 개선 지역 내 아파트가 강세를 보인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경기 아파트 낙찰률은 45.8%로 전달(41.8%) 대비 4.0%포인트 상승했지만, 낙찰가율은 85.6%로 전월(87.1%)에 비해 1.5%포인트 하락하며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지방 5대 광역시 중 대전은 낙찰가율이 전달(83.7%) 대비 4.8%포인트 떨어진 78.9%를 기록했다. 광주(80.2%)와 대구(77.7%)도 낙찰가율이 하락했다. 부산 아파트 낙찰가율이 78.9%로 0.9%포인트 상승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얽히면서 수요자의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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