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양자컴퓨터 실질적 상용화에 2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발언하면서 미 뉴욕증시에서 관련주 대장주 격인 아이온큐가 폭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사실상 아이온큐의 지분 3분의 1을 한국 투자자가 보유해 서학개미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아이온큐 주가가 하루 만에 30% 넘게 급락한 탓에 3배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되면서 해당 상품을 보유한 투자자는 사실상 전액 손실을 입게 됐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아이온큐는 전 거래일보다 39% 폭락한 30.2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아이온큐는 사상 최고가인 54.74달러까지 치솟으며 승승장구했다. 구글이 양자컴퓨터를 발표하자 양자컴퓨터 개발 업체인 아이온큐에도 매수세가 몰린 덕이다. 2022년 말 아이온큐가 3.04달러까지 하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3년 만에 주가는 18배 폭등했다.
끝 모르고 부풀어 오르던 기대감에 젠슨 황 CEO가 찬물을 부었다.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가 한참 멀었다고 발언하면서다. 다. 그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 기간 열린 엔비디아 애널리스트데이 행사에서 "매우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는 데 15년이 걸린다고 한다면 매우 이른 편에 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0년이라고 하면 아마도 늦은 시점일 것이고, 많은 사람이 20년은 믿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터 상용화까지 20년은 걸릴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이후 미국·국내 증시에서 양자컴퓨터 관련주는 급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아이온큐 종목 토론방에서 한 주주는 "젠슨 황 입을 막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하소연했다. 일부 투자자는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투자를 독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이온큐에는 국내 자금이 많이 몰려 있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투자자는 아이온큐 주식을 30억9016만달러(약 4조515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이는 아이온큐 시가총액(100억2400만달러·3일 기준)의 30.8% 규모다. 사실상 아이온큐의 3분의 1을 국내 투자자가 쥐고 있는 셈이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영국 자산운용사 레버리지셰어즈의 상장지수상품(ETP) '레버리지셰어즈 3X 아이온큐'(Leverage Shares 3x Long IONQ)는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 아이온큐가 33% 이상 급락하자 이 상품의 가치는 0에 수렴하게 됐다. 청산이 완료될 때까지 해당 상품은 거래할 수 없다.
영국 런던거래소에 상장된 이 ETP는 아이온큐 주가 변동폭을 정방향으로 세 배 추종한다. 아이온큐가 1% 오르면 이 상품의 수익률은 3%가 되는 식이다. 국내선 2배 이하의 레버리지만 거래할 수 있지만, 해외 증시에선 최대 5배 레버리지 상품도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해당 상품으로 수천만원을 벌었다가 모두 잃은 투자자의 사연이 주목받았다. 한 유튜버는 작년 9월27일 이 상품을 65만원어치 매수했다. 이후 아이온큐의 상승 랠리에 힘입어 이틀 만에 수익률 57%를 기록했다. 매수 한 달이 지난 시점 수익률은 539%까지 치솟았고, 같은 해 11월16일 수익률은 2300%에 육박했다. 이 유튜버는 최고 수익률은 5700%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65만원이었던 투자원금은 3770만원까지 불어난 셈이다. 하지만 4개월간 벌어들인 평가이익은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됐다.
증권가에서는 이처럼 이슈에 따라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만큼 양자컴퓨터주 투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자컴퓨터 관련주는 상용화되는 대표 제품 및 서비스들이 구체화하기 전까지는 대형 IT업체들의 실적 발표 및 행사에서의 발언 등에 따라 급등락이 반복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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