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12·3 비상계엄 사태 전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까지 올랐다는 여론조사에 더불어민주당이 '고발 검토'까지 거론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입니다. 의아한 것은 국민의힘조차 반등한 지지율에 대해 별다른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치권을 들썩이게 한 여론조사 논란은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RDD를 이용한 ARS, 응답률 4.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지난 5일 발표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야권을 중심으로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부인하고 폄훼하는 시도가 진행됐지만, 이후 발표된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4%,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6%를 기록했습니다. 직전 조사인 3주 전과 비교해 국민의힘은 10%P 오르고, 민주당은 12%P 떨어졌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2%, 민주당 지지율은 36%로 지지율 격차를 크게 줄였습니다. 두 여론조사는 모두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며,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여러 개 발표되자, 양당은 모두 할 말을 잃은 모습입니다.
유시민 작가는 이런 결과에 대해 "자기들끼리 마약을 나눠 먹고 밤새 춤추는 것과 비슷하다", "자기들끼리 믿기 위한 (여론조사)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언급은 오히려 야권이 불안해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내부에서는 '이런 흐름이 과연 계속될까?' 하는 불안감이 더 크게 읽힙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관계자들 모두 '우리가 잘한 게 있어서 지지율이 오른 것은 아니다'는 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은 △보수 지지층 과대 표집으로 인한 착시 현상 △'이재명은 안 된다'는 위기감으로 인한 반대급부 △계엄 이후 민주당의 과격한 대응 등을 지지율 상승의 원인으로 추측하면서도 확신하지는 못하는 모습입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론조사라면 나름대로 잘 분석하는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모르겠다"면서 "한 2~3주 정도 이런 조사 결과가 계속 나오면, 그제야 '진짜 민심'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초선 의원은 아예 "끝을 앞둔 지도자에 대해선 원래 관대해지기 마련"이라며 "그래도 뭐, '고생했다' 하면서 마지막으로 보내주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민의힘 내부의 시선은 '여의도연구원'으로 가 있습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한때는 정확한 여론조사 예측으로 이름을 날린 적도 있습니다.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내정된 윤희숙 전 의원이 공식 임명되기까지는 절차를 거치는 데 약 1주일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은 아마 윤희숙 전 의원의 취임 이후에나 급등한 지지율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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