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없는 의료의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5'에서 바늘없이 혈당을 측정하거나 주사를 할 수 있는 기술들이 소개되면서다. 이들은 통증과 감염위험, 그리고 의료폐기물까지 줄일 수 있다는 혁신성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채혈 없는 혈당, 당화혈색소 측정 가능?...'K 바이오' 각광
의료기기 업계에서 '채혈없는 혈당 측정기' 개발은 오랜 숙원 과제다. 당뇨병 환자들은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환자들은 매일 혈당을 측정해기 위해 채혈을 해야 한다. 번거로움이 크다. 한번 착용하면 약 2주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CGM)도 있으나, 여전히 피부 아래로 센서를 찔러넣는 방식이라 염증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이에 발빠르게 채혈없는 혈당측정기 개발에 나섰다. CES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것은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아폴론의 '모글루'다. 모글루는 라만분광법을 이용해 간질액 속 포도당의 신호를 감지한다.
라만분광법은 빛에 물질이 닿아 산란될 때 고유 진동에너지 차이로 물질을 식별하는 분석법이다. 웨어러블 시계처럼 생긴 모글루는, 피부와 밀착되는 부분에서 일정 주파수의 레이저를 쏜다. 이를 통해 피부 아래 간질액 속 포도당을 찾아내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돼지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는 실제 혈당과 약 6.6%의 오차율을 보였다. 현재 나와있는 CGM의 오차율은 약 8~10% 수준이다. 이를 인정받아 아폴론은 CES2025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아이티에스는 채혈없는 당화혈색소 측정 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화혈색소 측정은 지난 2~3개월 동안의 혈당의 평균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비슷하게 손가락에 클립을 끼워넣으면, 자동으로 환자들의 당화혈색소를 측정한다. 한국아이티에스 역시 3가지 부문에서 CES2025 혁신상을 수상했다.
호흡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도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스코슈 인더스트리즈 자회사인 '프리벤트(PreEvnt)'는 이번 CES에서 호흡에서 혈당을 측정하는 제품 '아이작'을 선보였다.환자의 호흡속에서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 이중에서도 아세톤을 검출해 여기서 혈당 수치를 식별한다. 무게가 50g 정도에 불과해 휴대성이 뛰어나다. 한 번 충전시 30시간 이상 구동이 가능하다 .
백신도 비침습으로 맞는다?...바늘 없이 약물전달 가능
바늘 없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바늘 없는 주사기' 기술도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네델란드사 플로우빔스가 개발한 '볼드젯'이다. 바늘을 사용하는 대신, 레이저를 활용해 약물을 국부적으로 가열한다. 이때 미세 기포가 생기고, 이를 통해 생기는 강한 압력과 속도를 이용해 진피층으로 약물을 밀어넣는 원리다.
기존에도 바늘없는 주사기는 있었지만, 장비가 크고 비용이 비싸 일부 피부미용 외에는 잘 사용되지 않았다. 볼드젯은 한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크기의 무선 장비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에 피부 미용은 물론, 백신이나 인슐린 주사에도 사용 가능한 기술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회사는 이를 통해 매년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320억개의 주사기와 바늘 폐기물 등을 줄이고, 바늘 재사용 등으로 문제가 되는 감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우기도 했다. 해당 기술은 CES2025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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