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인사 담당자는 요즘 채용 면접 분위기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털어놨다. 이 담당자는 "면접 때 어떤 질문을 던져야 직무 역량을 파악할 수 있을지 매번 고민이 큰데 옆에서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태선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3년 채용절차법 관련 신고로 점검을 받은 사업장은 5542곳에 달한다. 이 중 과태료 처분이 이뤄진 430건 가운데 254건은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정보를 요구한 사례로 파악됐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면접 과정에서 느끼는 불만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의봄 부설 좋은채용연구원이 지난해 7월 취업포털 '독취사'를 통해 구직자 350명 대상으로 면접전형에 관한 공정채용 여부를 물었다. 면접 당시 면접관이 종교·결혼·가족·출신학교를 요구했는지, 특정 계층·집단 지지 여부와 직무 역량에 관한 질문이 있었는지 등을 질문했다.
조사 결과 대기업은 5점 만점에 4.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고 직무 역량을 묻는 면접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반면 중견기업 4.09점, 중소기업 3.86점으로 규모가 작을수록 점수가 낮았다. 다만 벤처·스타트업은 4.16점으로 중견·중소기업보다 높았다.
직무·조직문화에 대한 이해, 분석적 사고·판단력, 소통·경청 능력 등도 면접관에게 필요한 역량이다.
불필요한 편견이나 사적 질문을 던지는 비전문적 태도는 회사 평판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 사람인이 구직자 458명을 조사한 결과 최악의 면접관 1위로 '대놓고 비꼬거나 무시 발언하는 면접관'이 꼽혔다.
원티드랩은 "면접관은 면접 과정에서 성별·나이·종교 등 차별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직무와 관련된 내용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비꼬거나 무시하는 태도는 지원자 사기를 저하시키고 회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경고했다. 특정 학교·업계 출신에 관한 편견을 갖고 있을 경우 지원자의 실질적 역량을 평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이를 위해선 지원자와의 '라포'(친밀감)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면접 시작 전 간단한 자기소개나 회사에 대한 설명으로 가벼운 대화를 시도하고 긴장이 풀리면 면접관은 지원자의 역량을 더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면접 전에도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직무상 필요한 능력과 요구사항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 직무 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필수 역량을 식별하고 최소한의 경험과 교육 수준에 관한 기준도 미리 설정해야 한다. 또 조직 문화와 적합한지 여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준을 정했다면 이력서를 검토할 차례다. 지원자의 경력·경험이 직무에 적합한지를 분석하고 특정 포트폴리오에서 일군 성과 등을 파악해야 한다. 핵심은 지원자의 역량이 직무상 필수 요건과 일치하는지 살피는 것이다.
면접 이후엔 평가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접관도 다수가 참여할수록 객관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평가 역시 면접 직후보다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원티드랩은 "여러 면접관이 협력할수록 무의식적 편향이 줄어들고 특정 면접관의 주관적 견해에 치우치지 않게 된다"며 "면접 직후 즉각 평가하지 않고 일정 시간을 둔 후 평가한다면 감정적 판단이 줄어들고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