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네이버 맞붙는다…격전지로 떠오른 '로봇 시뮬레이션' [영상]

입력 2025-01-12 11:09   수정 2025-01-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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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분야의 경쟁이 언어 모델을 넘어 ‘로봇 시뮬레이션’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엔비디아, 구글, 네이버 등 대규모언어모델(LLM) 경쟁을 이끌던 기업들이 새로운 전장에서 맞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의 ‘로봇 시뮬레이션’ 경쟁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10일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로봇 시뮬레이션 학습을 위한 종합 생태계를 선보였다. 로봇 시뮬레이션 학습은 가상 세계에서 로봇의 동작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로봇을 실전에 배치하기에 앞서 가상 환경에서 모든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예행연습의 역할을 한다. 로봇의 성능을 높이는 것은 물론 현실 세계에서의 치명적인 실수를 피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와 새로 공개한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FM) 플랫폼 ‘코스모스’를 결합했다. WFM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설계된 대규모 AI 모델로 현실 환경의 물리적 상호작용을 예측한다. 이를 통해 스마트 공장의 로봇 운영 효율화와 휴머노이드 로봇 동작 구현을 위한 학습 데이터 세트 생성이 가능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CES 2025 기조연설에서 “물리적 세계의 상호작용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생성하는 최초의 WFM"이라며 "로봇과 AI의 물리적 예측 및 동작 학습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이미 공간지능 기술 플랫폼 ‘트윈XR’을 통해 로봇 시뮬레이션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발자 콘퍼런스 ‘단 2024’에서 공개된 트윈XR은 디지털 트윈 솔루션 ‘어라이크’를 기반으로 가상 공간에서 로봇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며, 현실에서 검증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황을 테스트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미 신사옥 1784의 도우미 로봇 ‘루키’에 기술을 적용해 활용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현실 세계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AI 모델 개발을 위해 새로운 팀을 구성했다.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모델 ‘소라’ 개발을 이끌었던 팀 브룩스는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구글 딥마인드가 세계를 시뮬레이션하는 대규모 생성 모델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AI 패권의 2라운드
전문가들은 시뮬레이션 기술 시장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언어모델이 AI 경쟁의 1라운드였다면, 물리 시뮬레이션은 2라운드에 해당한다”며 “활용 범위가 넓어 시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로봇 시뮬레이션은 기존의 연구소나 제조 현장을 넘어 물류, 유통, 항공우주, 게임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로봇 시뮬레이션은 특히 비용 효율화에서 큰 장점을 보인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12월 MIT, IBM과 협력해 AI 시뮬레이션 엔진 ‘제네시스 AI’를 공개했다. 당시 엔비디아는 이 엔진을 활용하면 물리적 세계에서 10년이 걸리는 훈련을 1시간 만에 완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시뮬레이션은 인공일반지능(AGI)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AGI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춰 다양한 과제를 이해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대규모 언어모델은 언어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학습하다 보니 ‘물잔이 넘어지면 물이 쏟아진다’와 같은 기본적인 물리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약점이 있었다. 로봇 시뮬레이션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현실 세계의 물리적 상호작용 정교하게 모델링할 수 있어, AGI 개발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코그니티브 리서치에 따르면 로봇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2년 147억달러(1조9000억원)에서 2030년 509억달러(7조9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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