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추산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262곳(실적 발표 기업 제외)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산액은 48조3522억원이다. 1개월 전 48조9578억원에서 1.28% 감소했다. 최근 한 달 새 증권사가 영업이익 추산치를 5% 이상 올려잡은 종목은 11개에 불과하지만 5% 이상 내려잡은 종목은 43개였다.
지난 8일부터 본격적인 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지만 주요 기업은 잇달아 어닝쇼크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 평균)인 7조9705억원을 18.4% 밑돈 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LG전자도 컨센서스 대비 63.1% 줄어든 14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증권가 추정 대비 적자 폭이 20.58% 늘어나 영업손실이 2255억원에 달했다.
오는 15일 실적을 공개하는 LG디스플레이는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새 13.44% 감소해 2542억원에 머물렀다. 22일 실적을 발표하는 LG이노텍,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한 달 새 영업이익 추정치가 각각 8.35%, 6.16% 줄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24% 내려 5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업황 피크아웃 우려가 더해져 이번 실적 시즌의 투자심리가 더 나빠지고 있다”며 “통상 한국 기업의 4분기 실적이 일회성 비용 반영 등 이슈로 부진하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HD현대미포는 최근 한 달 새 증권사들이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산치를 평균 6.5% 상향했다. 주가도 지난달 10일부터 이날까지 13.59% 올랐다. 신조선가(배를 새로 건조하는 비용)가 지난해 상승하면서 호실적을 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아졌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HD현대미포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았을 것”이라며 “신조선가 상승으로 내년에도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 시가총액 1위 크래프톤도 최근 한 달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5.1% 상향됐다. 주가도 같은 기간 10.74% 올랐다. 다른 주요 게임주인 엔씨소프트(-2.05%), 넷마블(-4.95%) 등이 약세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이 회사 대표 게임인 ‘배틀그라운드’가 지난해 10월 동시 접속자 80만 명을 넘기며 재흥행하고 있어서다.
전체적인 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전자부품, 차량부품 시장에서도 일부 기업은 실적 추정치가 오히려 높아졌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 두산테스나와 인쇄회로기판 업체 비에이치는 4분기 영업이익 추산치가 한 달 새 각각 6.1%, 6.7% 상향됐다. 같은 기간 비에이치 주가는 14.55%, 두산테스나는 8.92% 뛰었다.
최근 1개월 새 현대로템(3.8%), 한화시스템(2.5%) 등 방위산업주도 영업이익 추산치가 소폭 상향됐다. 배성조 한화증권 연구원은 “폴란드 K-2 전차 관련 매출 반영과 환율 상승으로 현대로템이 컨센서스를 소폭 웃돈 실적을 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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