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생색내기' 그친 정부의 설 명절 대책

입력 2025-01-10 17:44   수정 2025-01-1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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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근로자 15만 명에게 여행경비 40만원을 지원한다.”

정부가 지난 9일 발표한 ‘2025년 설 명절 대책’으로 대부분 언론이 주요 대책으로 다룬 내용이다. 하지만 이 대책으로 올해 설 명절 전후 휴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직장인이 휴가 지원금을 받으려면 사업주가 정부 대행 기관인 한국관광공사에 신청해야 하는데, 관광공사는 연휴(25~30일) 하루 전날인 24일부터 사업주로부터 휴가 지원금 신청을 받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40만원 상당의 국내 여행 경비 지원도 자세히 따져보면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10만원만 지원하고, 나머지 30만원은 근로자(20만원)와 사업주(10만원)가 부담한다. 연휴에 여행을 가려고 자세한 내용을 찾아본 상당수 직장인은 “속았다”는 반응이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설 명절 대책을 발표하면서 “풍성하고 편안한 명절이 되도록 물가와 민생 안정을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총 26쪽으로 구성된 정부 보도 자료엔 백화점식 대책이 꼼꼼하게 나열돼 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설 명절과 관계없거나 과도하게 포장된 내용이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정부는 설 명절 대책으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 유스 대출 금리를 1.6%포인트 추가 인하(3.6%→2.0%)하겠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취해지는 시점은 4월 이후다. 영세소상공인(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에 배달·택배비를 지원하고 폐업지원금을 상향하는 정책은 다음달부터 시작된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무려 100만 장을 뿌리겠다고 한 비수도권 숙박쿠폰도 3월 이후 배포가 이뤄진다. 이런 대책들은 엄밀히 따지면 설 명절 대책으로 볼 수 없는 내용이다. 정부 정책 담당자에게 “이들 사업이 왜 설 명절 대책이냐”고 물어보자 “국민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위축된 내수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했어야 하지 않을까.

작년 말 비상계엄 사태 후 소비심리를 반등시키기 위해 정부가 총력을 다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번 대책엔 연휴 기간 무료 영상통화 지원, 역귀성 KTX 요금 할인 등 국민이 체감할 만한 대책도 다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명절 대책이 아닌데도 마치 설 연휴 기간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건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내실 있는 대책을 세워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정부 정책은 ‘질보다 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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