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온다"…트럼프에 떠는 세계

입력 2025-01-10 17:55   수정 2025-01-11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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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공포에 떨고 있다.

9일(현지시간) 1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연 4.823%를 기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벤치마크인 독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최근 한 달간 0.5%포인트 상승(국채 가격 하락)해 연 2.531%를 나타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4년 만에 최고치인 연 1.196%로 올랐다.

영국 국채 매도세가 발생한 것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서다. 영국 경제는 지난해 9월과 10월 연이어 -0.1% 성장했다. 연 4.75%의 높은 기준금리와 함께 노동당 내각이 발표한 400억파운드(약 72조원) 규모 증세안이 악재였다. 독일 정부도 자국 경제가 2023년(-0.1%)에 이어 지난해 -0.2%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관세 위협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2년 10월 정점을 기록한 뒤 지난해 9월 1.7%로 바닥을 찍었으나 10월 2.3%, 11월 2.6%로 다시 올랐다. 유로존 물가 상승률도 10월 2%, 11월 2.2%, 12월 2.4%로 치솟았다.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간 각국 중앙은행은 제동이 걸렸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불붙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는 기름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셰브넴 칼렘리-외즈잔 뉴욕연방은행 자문위원은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과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세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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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 전쟁을 예고하면서 ‘U자’ 형태의 물가 반등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2022년 말을 정점으로 둔화하던 미국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9월 2.4%로 3년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10월 2.6%, 11월 2.7%로 뛰었다.

자국 물가가 오르자 미국 중앙은행(Fed)에서도 금리 인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Fed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미셸 보먼 이사는 9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있다”며 “지난해 12월 기준금리 인하가 마지막(인하)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위기에 빠진 유럽과 달리 미국 경제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애틀랜타연방은행은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2.8%(연율 환산)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글로벌 자금시장의 ‘달러 쏠림’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 6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9.28로 2년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을 제외한 각국 통화 가치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같은 날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화 환율은 한때 14개월 만의 최고치인 0.81파운드까지 상승(파운드 약세)했다. 강달러와 영국 재정에 대한 불안한 전망이 파운드화 약세를 불렀다. 마틴 웨일 킹스칼리지런던 경제학 교수는 “1976년 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파운드화가 하락하고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악성 조합은 발생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통화도 줄줄이 약세다. 10일 달러 대비 인도 루피화 환율은 85.94루피로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기준으로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전년 대비 23.97%,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21.42% 하락했다. 배럿 쿠펠리언 PwC 영국법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업과 가계가 장기적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도록 하는 ‘예측 불가능성 기계’가 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10일 발표된 지난해 12월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25만6000명 늘어나 시장 추정치(16만4000명)를 크게 웃돌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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