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출신 소설가 밀란 쿤데라(1929~2023·사진)의 첫 번째 장편소설 <농담> 프랑스어판 서문에서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은 이같이 격찬했다.
체코에서 출간된 이 책이 프랑스에서 번역된 직후 쿤데라는 프랑스의 명작가 반열에 올랐다. 소설엔 사회주의를 풍자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소비에트연방이 고국 체코를 점령한 후 쿤데라는 저서가 압수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는 1975년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했다.
쿤데라의 대표작 중 하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따라 흘러가는 이 소설의 배경엔 역사가 개인에게 남긴 무거운 상처와 시련이 깔려 있다. 작가가 조국에서 겪은 비극과 개인적인 박해가 투영된 셈이다.
다만 쿤데라는 소설가는 ‘역사가의 하인’이 아니며, 소설가가 관심 있는 역사란 오직 ‘인간 실존에 빛을 비추는 탐조등으로서의 역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쿤데라의 작품은 역사에서 태어났지만 역사를 뛰어넘는 인간의 실존 그 자체를 다룬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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