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1일 10: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빚내서 주식 투자하는 기업이 있네요."
'빚투(빚내서 투자) 기업이 등장했다. 목돈이 많은 도시가스 상장사인 예스코홀딩스다. 이 회사는 우리금융지주, 대신증권 맥쿼리인프라 등 세 종목만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연 6~7% 수익률을 내는 배당주다.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빚까지 냈다. 우리금융지주 등을 사들이기 위해 연 3%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한다. 회사채 조달금리를 고려해도 연간 배당마진이 3~4%포인트에 달했다. 예스코홀딩스가 배당주를 사 모으는 것은 투자 트라우마와 관련이 깊다. 과거 해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가 7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본 바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예스코홀딩스는 오는 22일 회사채 800억원어치를 발행한다. 오는 14일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10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다.
조달한 금액 가운데 300억원은 우리금융지주와 대신증권, 맥쿼리인프라를 사들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맥쿼리인프라 주식 700억원어치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신증권과 우리금융지주 주식도 각각 130억원어치, 346억원어치를 사들인다고 공시했다.
회사채를 찍어 인수합병(M&A)·지분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처럼 투자목적으로 주식을 사기 위해 회사채를 찍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배당수입이 조달 비용을 웃돌자 이 같은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금융지주(배당수익률 6.45%) 대신증권(7.55%) 맥쿼리인프라(7.34%) 배당수익률은 6.45~7.55%다. 배당수익률이 회사채 조달금리보다 3~4%포인트가량 높다. 이 회사의 기업 신용등급은 'AA-'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AA-등급 회사채(3년 만기 기준) 금리는 연 3.220%다.
LS그룹 계열사인 예스코홀딩스는 자회사 예스코를 통해 도시가스사업을 하고 있다. 수도권 141만가구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매년 200억~300억원가량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등 넉넉한 현금을 굴리는 중이다. 투자 재원이 상당한 편이다.
예스코홀딩스는 별도기준 부채비율이 20%에 불과할 만큼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다. 지난해 9월말 부채비율은 22.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550억원에 달했다.
배당주 투자에 매달리는 것은 뼈아픈 투자 실패와도 관계가 깊다. 예스코홀딩스는 2020년에 77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6~2020년 스타트업에 투자한 700억원을 상당액을 손실 처리한 결과다. 음성인식 기술업체, 싱가포르 음식료 배송 스타트업 등 본업과 무관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가 돈을 떼였다. 투자 실패 직후 배당주에 집중투자 중이다.
예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예스코홀딩스는 투자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라며 "안정적 배당주와 저평가된 우량 주식채권에 투자를 집중하는 '투자지주회사'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대신증권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보유 지분이 5%를 조만간 돌파할 전망이다. 대주주 지분이 16%에 머무르는 대신증권은 예스코홀딩스 투자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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