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vs 테슬라 전쟁에…'대박 기회' 맞은 삼성·SK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입력 2025-01-11 16:00   수정 2025-01-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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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와 테슬라의 전쟁이 시작됐다', '일론 머스크에 대한 젠슨 황의 선전포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일(현지 시각) CES 2025에서 공개한 '코스모스' 플랫폼에 대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평가다. 코스모스는 현실과 유사한 가상 세계(디지털 트윈)에서 형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차, 로봇 등을 학습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젠슨 황은 코스모스를 공개하며 "로보틱스의 챗GPT 순간(moment)이 임박했다"고 표현했다.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2년 전 챗GPT가 나오면서 생성 AI가 전 세계로 확장했듯 앞으론 로봇이 대중화되는 순간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론 코스모스가 로봇 기술의 챗GPT 역할을 할 것으로도 해석된다.

젠슨 황이 최근 여러 미국 방송에 나와서 한 인터뷰를 보면, 코스모스는 챗GPT와 비슷하게 실행된다. 질문하면 답을 주는 챗GPT처럼 엔지니어들이 코스모스에 텍스트로 여러 조건을 입력하면 가상 세계에 상황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예컨대 휴머노이드(인간을 닮은 로봇)가 공장에서 제품을 들어 옮기는 상황을 요청하고 장애물 낙하 등 다양한 돌발 변수를 입력하면, 로봇이 상황에 대처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이렇게 학습한 로봇은 현실 공간에서 더 똑똑하게 움직일 수 있다.
도전 받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패권
엔비디아와 테슬라의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는 전 세계 도로에 깔린 전기차를 통해 도로 상황과 운전 환경에 대한 수많은 '실제(real)'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슈퍼컴퓨터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한다. 현재 풀셀프드라이빙(FSD) 등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다른 자동차업체를 압도하는 이유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코스모스가 생성하는 가상 환경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실제 데이터를 대신할 수 있다면, 테슬라 같이 이미 현실 상황에서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기업의 우위는 사라질 수 있다. 수집과 활용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가상 세계의 데이터를 활용해 테슬라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는 현재 FSD 같은 자율주행 기술을 자사 차량에만 적용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론 FSD 같은 자율주행 솔루션을 다른 완성차 기업에 돈을 받고 제공하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예컨대 현대차 같은 기업이 자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포기하고, 테슬라의 FSD를 사서 제네시스 차량에 탑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스모스가 실제 데이터를 정말로 대신하면 자동차 기업들은 FSD를 사는 대신 자체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테슬라의 '외부 판매' 큰 그림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도요타, 현대자동차그룹 등 자율주행 경쟁에서 테슬라에 뒤처진 완성차 업체들이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로 분석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젠슨 황에겐 테슬라에 대한 질문이 집중된다. 물론 젠슨 황은 테슬라와의 경쟁에 대해 조심스럽게 답한다. 최근 블룸버그 tv의 '블룸버그 테크놀로지'를 진행하는 에드 루드로우 기자가 CES 2025 행사장에서 젠슨 황을 만나 "테슬라와 경쟁하게 되는 것이냐"고 묻자 젠슨 황은 "테슬라는 정말 대단한 AI 기업이고,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활용해 엄청난 AI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코스모스의) 가상 데이터는 현실 데이터를 보완하는 것이다"며 한걸음 물러났다.
"엔비디아의 데이터, 자율주행차엔 큰 쓸모 없다"
그럼에도 수년 간 현실 세계에서의 데이터 확보에 주력해온 기업 사이에선 엔비디아 코스모스에 대한 긴장감은 상당하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계열사로 자율주행 칩(SoC)을 만들어 GM, 포드, BMW 등에 공급하는 모빌아이(Mobileye)다.

모빌아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암논 사슈아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는 "코스모스의 가상 데이터는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로봇의 학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율주행차에선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사슈아 CEO의 논리는 이렇다.
먼저 모듈과 구동 방식이 다 다른 로봇의 경우, 시뮬레이션 데이터는 더 많은 가정과 조건을 반영할 수 있다. 초기 학습 단계에서 특히 유리하다. 로봇에 코스모스는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다르다. 자동차처럼 구동 방식이 비슷한 경우, 더 많은 가정과 조건을 넣는 것보다는 현실적 조건과 예외 상황을 주는 게 중요하다. 실제 환경에 최적화하는 게 필요하다. 시뮬레이션으로 학습한 모델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서 동작하기 위해서는 실제 데이터를 통한 학습과 검증이 필수적이다.
메모리 수요 늘지만 AI 변방에 머문 韓 기업
한국 반도체 기업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반도체기업엔 엔비디아와 테슬라의 경쟁이 나쁘지는 않다. 어떤 방식으로든 AI 시장이 커지는 것이고,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 자연스럽게 엔비디아의 B200 같은 AI 가속기(AI 학습·추론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 시장도 확장한다.

그러면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됐든, 그래픽 D램(GDDR)이 됐든, 다른 형태의 D램이든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당장 올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467억달러(약 70조원)로, 지난해(182억달러·약 27조원) 대비 157%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으론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글로벌 AI 산업의 판을 깔고 주도하는 엔비디아, 테슬라와 달리 삼성, SK 등 한국 대표 기업은 'AI 생태계의 한 부분'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학계와 산업계에선 AI 시대, 데이터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다루는 메모리 반도체가 중심에 서는 '메모리 중심 컴퓨팅(메모리 센트릭·memory centric)'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로선 확 와닿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엔 미국 마이크론이나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같은 경쟁사의 도전도 매섭다. CES 2025를 참관한 한 대기업 회장의 평가처럼 기업들의 위기의식과 절실함,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한국은 AI 경쟁에서 순식간에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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