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강화하기로 했다. 관세 장벽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악셀 마슈카 현대모비스 글로벌 영업 담당 부사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정부는 북미 거점 생산을 강제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에서 생산 거점을 늘리고 협력사도 현지 조달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전세계를 상대로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 인프라를 보호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다만 관련한 투자 계획에 대해선 “아직 트럼프 정부가 제시한 명확한 규제 방침이 없어 최대한 기민하게 대응하려 한다”며 말을 아꼈다.
미국 중심의 생산 체계를 토대로 주 거래처인 현대차·기아의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파워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재차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1월 인베스팅 데이에서 현재 10% 안팎인 글로벌 부품 매출 비중을 오는 2033년까지 4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창사 50년인 2027년까지 연평균 매출성장률 8%를 이어가겠다고도 했다.
마슈카 부사장은 “현대모비스라는 기업을 글로벌 완성차 대상으로 알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10년간 CES에 참여하며 다양한 고객사와 네트워킹을 꾸준히 넓혀 온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제품 브랜드에서 ‘현대’를 지우는 방안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슈카 부사장은 “2001년 10억달러에 그친 현대모비스의 해외 부품 수주 실적은 2023년 92달러까지 뛰었다”며 “지난해도 예년 수준의 실적이 점쳐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으로는 현대모비스의 혁신 기술을 꼽았다. 마슈카 부사장은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가 향후 매출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현대모비스가 단순히 부품회사가 아닌 테크 기업으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메시지를 각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총 16종의 제품을 전시했다. 이 디스플레이는 전면 유리창 어디에나 이미지나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독일 광학기업 자이스와 공동 개발을 통해 2027년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 외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맞춤화 영업 전략을 펼치겠다고도 했다. 마슈카 부사장은 “천천히 달려도 긴 주행거리를 지원하는 차량을 선호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다양한 차내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저가 제품을 인도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의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는 현지 특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한다”고 말했다.
제품 개선을 위한 자율주행 기술을 두고는 "레벨2와 2.5단계 기술은 이미 확보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 모셔널과 합작투자해 자율주행기술 레벨 4를 확보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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