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생명을 걸고 계엄령을 내린 만큼, 우리도 생명을 걸고 나라를 지켜야 합니다."
11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에 참석한 20대 여성 임수지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부정선거를 규명하라", "반국가 세력 이재명과 민주당을 처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쳐 참석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끌어냈다.
윤 대통령의 2차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7일 이후 광화문과 한남동 관저 앞 등 여러 곳에서 집회가 잇따르며 지지세력이 집결하는 모양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지는 한편 일부 자경단이 탄핵 찬성 시위대와 충돌하는 등 시위가 과격해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60대 이상 참석자들이 대부분이었던 이전 집회와 다르게 '과잠'(과점퍼)를 입고 온 대학생들도 일부 보였다. 이들은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이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에 모두 동의하진 않지만, 민주당의 '입법폭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재학생 문동건 씨(24)는 "민주당의 연속되는 내각 탄핵과 정부 예산안 삭감 등 입법 폭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배우자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건 맞지만 이대로 대통령이 탄핵당해 민주당에게 정권이 넘어간다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고 생각해 거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날 한남동 관저앞 집회에선 빨간 경광봉들을 든 '자경단'들이 자체적으로 활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9일 출범하며 스스로를 ‘백골단’이라 칭하기도 했던 친윤석열 시위대 ‘반공청년단’의 공식적 단체활동은 없었다. 그러나 백골단의 상징으로 알려진 하얀 헬멧과 경광봉을 든 쓴 60대 노인, 정장을 갖춰 입은 20대 남성이 빨간 경광봉을 들고 시위대 중간에서 인파를 관리했다.
백골단은 1985년 창설된 서울시 경찰국 산하 사복 기동대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던 당시 시민들을 체포하고 연행할 때 무자비하게 구타해 악명이 높았다.
탄핵 찬성 집회와의 갈등이 벌어졌고, 일촉즉발의 상황도 연출됐다. 탄핵 반대 시위대는 이날 한남동 시위 현장을 오가는 진보단체인 '촛불행동' 측 인파와 지속해서 욕설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재명 구속"이라고 외치면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윤석열 사형"이라고 외치며 목소리가 커지는 식이다. 일부 과격한 참가자들은 촛불행동 측 인파에게 접근하며 언성을 높이는 모습도 보였지만 경찰이 빠르게 제지하면서 과격한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대통령 경호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집회 국면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지난 10일 사퇴한 박종중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직무 대리를 맡은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은 경찰의 소환조사 요구를 거부하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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