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는 대통령실 경호처의 박종준 전(前) 대통령경호처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이 11일 경찰에 출석해 장시간의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처장의 사직으로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김성훈 차장은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박 전 처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서대문구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에 출석해 오후 11시25분께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전날 13시간에 이어 이날도 약 14시간30분에 걸친 장시간의 조사를 받았다.
박 전 처장은 이날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수사기관 수사에 최대한 성실히 협조하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점을 소명했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것을 상세히 소명했다"고 답했다.
경호처장 사의는 왜 표명했는지, 체포 저지선 설치나 일반 병사 동원도 윤 대통령 지시인지 등의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고 떠났다. 앞서 박 전 처장은 지난 10일 출석 전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를 바로 수리했다.
박 전 처장은 지난 3일 1차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대통령 관저에 출동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 인력을 막으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박 전 처장에게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체포를 저지할 당시 저지에 군 경호부대 사병을 동원하라는 등의 지시를 한 바 있는지 등을 추가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처장과 함께 경호처 고위 지휘관인 이진하 경호처 경비안전본부장도 이날 오후 경찰에 출석해 9시간 가까이 피의자로 조사받고 귀가했다.
이 본부장은 밤 11시1분께 국가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조사에) 성실하게 임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1시55분께 출석한지 약 9시간 만이다.
이 본부장은 본인이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주도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경호처 간부 중 박 전 처장과 이 본부장만 경찰 조사에 응한 상태다.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국수본에 출석하라는 경찰의 세 번째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특별수사단은 김 차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경호처는 이날 "김성훈 차장은 엄중한 시기에 경호처장 직무대행으로서 대통령 경호업무와 관련,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전직 신분이 된 박 전 처장을 조사하는 대신 실제 2차 체포 저지 시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김 차장은 불러들이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허를 찔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호처 수뇌부 신병을 먼저 확보한 뒤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다는 경찰의 전략이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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