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호텔 떼어냈더니 기업가치 '뚝'…분할 거부감

입력 2025-01-12 13:40   수정 2025-01-1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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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은 작년 6월 호텔 사업을 담당하는 파르나스를 떼어내는 인적분할 방안을 확정했다. 한 회사 안에 편의점, 슈퍼, 홈쇼핑, 호텔 등 너무 많은 사업들이 혼재돼 있어 주가가 극도로 저평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GS리테일의 기업가치(시가총액)는 당시 2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편의점 사업이 거의 전부인 BGF리테일과 비슷했다. “슈퍼, 홈쇼핑, 호텔 사업 가치가 주가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GS리테일 측 주장이었다. GS리테일은 이후 GS리테일과 GS피앤엘 두 개의 회사로 쪼개져 지난달 23일 증시에 재상장됐다. 하지만 재상장 이후 반전이 있었다. 기업가치가 오히려 크게 떨어진 것이다.
“슈퍼, 홈쇼핑도 쪼갤건가” 우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GS리테일 주가는 분할 재상장 이후 12거래일 동안 26.7% 하락했다. 분할 재상장 이전 2만3150원이었던 게 1만6960원으로 내려 앉았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4.6%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 수익률을 한참 밑돌았다. GS피앤엘 주가는 낙폭이 더 커 재상장 때 기준가(3만1000원) 대비 30% 하락했다.

두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1조8000억원 수준이다. 인적분할 발표 때보다도 10% 가량 쪼그라들었다. GS리테일 한 곳의 시가총액은 약 1조4100억원으로, 경쟁사 BGF리테일(약 1조7600억원)을 크게 밑돈다. 증시 전문가들은 회사를 쪼개서 상장 계열사를 늘리는 데 투자자들이 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에선 그동안 ‘쪼개기 상장’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카카오가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 등을 쪼개기 상장 한 게 대표적이다. 분할 상장 때마다 주주들의 원성이 컸다. 쪼개져 나간 사업이 대부분 ‘알짜’인데, 이 알짜 주식을 기존 주주들이 받지 못하는 ‘물적분할’ 방식이 주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을 택해 기존 소액 주주들에게도 쪼갠 기업의 주식을 나눠주긴 했다. 하지만 물적분할이든, 인적분할이든 이런 식으로 재상장 된 주식을 투자자들은 외면했다. 소액주주들이 모이는 종목 토론방에는 “슈퍼, 홈쇼핑도 다 쪼개서 상장할 것이냐”는 식의 항의도 나오고 있다.
하필이면 이 시점에…
시점도 좋지 않았다.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으로 유통, 호텔 사업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편의점과 슈퍼, 홈쇼핑 등 유통의 경우 내수 소비 침체의 영향을, 호텔 사업은 해외 여행객 감소가 뼈아펐다. 특히 호텔 사업의 경우 작년 11월까지 객실점유율(OCC), 평균객실단가(ADR) 등 주요 지표가 극도로 좋았던 것을 감안하면, 12월 비상계엄 사태의 충격이 더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객실 요금이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까지 상승했는데도 대부분의 객실이 다 팔려 나갔다”며 “하지만 지난달 이후 가격과 점유율 모두 급격히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분할이 기업가치 제고와 큰 관계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회사 가치를 높이고 싶다면 각각의 사업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지, 분할이 해법은 아니란 것이다. 신영증권은 최근 분석보고서에서 “GS피앤엘을 지주사 GS의 자회사로 편입해 지주사가 보다 수월하게 배당을 받으려는 데 분할의 목적이 이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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