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생애 상금왕 눈앞' 신지애 "내 골프는 '현재진행형'… 일본 최초 그랜드슬래머 도전"

입력 2025-01-13 08:02   수정 2025-01-13 09:51



키 155cm의 작은 키로 세계 주요무대에서 개인 통산 66승(아마추어 1승 포함)을 따냈다.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한국과 미국에서 상금왕을 차지했다. 신지애(37)에게 '작은 거인'이라는 찬사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신지애는 "제가 걸어온 길에 단 한번도 후회하는 순간이 없다"며 자부심을 보이면서도 "얼른 후배들이 제 기록들을 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록에 대한 도전 의지도 밝혔다. 그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최초의 그랜드슬래머, 통산 70승 등을 향해 '더욱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매 순간 최선…파리올림픽 불발, 아쉬움 없어"
신지애는 한국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박인비, 최나연, 이보미 등 1988년생 동갑내기들과 함께 한국 여자골프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친구들 대부분이 활동을 중단했지만 신지애의 골프는 여전히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대회 AIG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하며 건재를 과시했고, 12월에는 호주여자오픈 우승으로 프로통산 65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최근 만난 신지애는 "공연, 스포츠 경기를 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시즌이 끝난 뒤 보는 다른 분야의 공연은 그에게 늘 새로운 자극을 준다고 했다. "골프에서의 저는 '로프 안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시즌이 끝난 뒤 다른 장르의 관객으로서 무대를 보면, 그 순간을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보여요. 그걸 보며 시야도 넓히고, 저의 열정도 돌아보게 되죠.

기록제조기로 불리는 신지애이지만, 매 도전마다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신지애는 파리 올림픽 출전, 그리고 일본 생애 상금 1위를 정조준했다. 생애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큰 올림픽에 도전하기 위해 미국프로골프(LPGA)투어 대회 출전을 늘리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메이저대회 KPMG여자PGA챔피언십에서 커트탈락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했고, 일본 투어에 집중하지 못한 탓에 생애 상금 1위도 단 59만6977엔(약 560만원) 차이로 올라서지 못했다.

그래도 신지애는 "지난해 초로 돌아간다고 해도 역시 올림픽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아서 조금씩 모자란 한해였어요.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아쉬움은 쉽게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가 "무결점 골퍼는 아니지만 '흑역사'는 없는 골퍼"라고 환하게 웃었다.



◆"20년 롱런 비결? 골프채 잡고 단 한샷도 대충 안쳐"
20년간 꾸준히 최고의 자리를 지키게 해준 힘 역시 "매 순간 후회없이 모든 것을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지애는 "골프채를 잡고 단 한 샷도 허투루 친 적이 없다"며 "가족과 칠때도 최선을 다해서 친다"고 강조했다. "15살때 교통사고로 엄마가 돌아가신 뒤 '시간은 절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로 지금 치고 있는 이 샷 역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러다보니 한샷 한샷에 더 혼을 담게되고, 골프채를 잡은 이상은 잘 쳐야한다고 다짐했습니다."

지난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는 올림픽 직후 열렸던 메이저대회 AIG여자오픈을 꼽았다. 그는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AIG여자오픈(옛 브리티시 오픈)에 세번째 출전이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며 "처음 이 골프장에 나온 것이 2007년이라고 하자 다른 동료선수가 '당시 나는 네살이었다'고 놀라더라"고 전했다.

신지애는 AIG여자오픈을 앞두고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 클럽하우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연습라운드 첫날이었어요. 오전 6시 30분에 클럽하우스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제가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날 연습을 마치고도 오후 10시까지 골프장에 있었다. 세인트앤드류스 올드코스에 서 있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매 순간이 행복했죠." 이 대회에서 신지애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파리올림픽 출전을 놓친 아쉬움을 설욕했다.

◆"후배들 넓은 세상에 적극 도전하길"
신지애는 각별한 후배사랑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10월, 샷 난조로 슬럼프를 겪던 고진영(30)이 일본 도쿄로 훌쩍 날아가 고민을 터놓고 온 이가 바로 신지애였다. 신지애는 지난해 KLPGA투어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던 윤이나(22)가 오구플레이로 인한 징계기간 동안 호주 등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왔고, 긴 슬럼프를 겪은 임희정(25)을 호주로 불러 응원하기도 했다. 그들이 하나같이 롤모델로 신지애를 꼽는 이유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먼저 한 사람으로서 제가 겪어온 것을 알려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전 연습라운드를 거의하지 않는 편이지만 후배들이 요청하면 언제든지 9홀을 함께 돌아요. 그러면서 '나에게서 뽑아갈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뽑아가라'고 하죠. 제가 먼저 말해줄수도 있지만 후배들이 원하는 포인트가 있을 것이고, 그걸 또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니까요."

신지애는 "후배들이 한국 너머 더 큰 무대에 적극적으로 도전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의 투어 환경이 좋아지면서 해외 진출이 크게 줄어들었고, 후배들의 골프도 조금씩 단조로워진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LPGA투어에서 일본 선수들의 활약이 늘어나는 것 역시 거침없는 도전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일본 선수층이 한국보다 훨씬 두텁습니다. 그래서 경쟁에 강하고 점점 '악바리 근성'이 생기고 있어요. 그리고 일본은 충분히 좋은 환경인데도 미국 무대에 '도전'을 하죠. 해외에 나가면 고단하긴 하지만 더 큰 꿈을 위해 승부수를 던지면서 선수층을 키우는 선순환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LPGA투어에서 일본 선수들의 강세는 이어질겁니다."

올해로 신지애는 프로 20년차를 맞는다. 그는 "은퇴는 아직 먼 이야기"라며 "제 골프는 현재진행형이다. 전 여전히 필드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는 JLPGA투어에 집중할 계획이다. 상금 60만엔 이상만 따내면 '일본 골프의 전설' 후도 유리(13억 7262만 엔)를 넘어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단 2승만 남겨둔 일본 영구시드도 노리고 있다. 이번주 그는 호주 전지훈련에 올라 새로운 역사를 위한 채비에 나선다.

"저는 아직도 경기장에 가면 '오늘은 어떤 경기를 할까'하는 기대감에 짜릿해요. 전날 좋지 않은 경기를 했어도, 그걸 새롭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기대가 되죠. 올해는 일본투어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2위만 세번한 일본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것도 목표예요. 일본에 아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가 없는데 일본여자오픈 우승으로 제가 주인공이 되고 싶습니다. "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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