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기후 한국에선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스콜 때문에 우산은 필수품이다. 비는 내렸다 하면 집중호우.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했다. 그 결과 서울 면적 세 배의 땅이 물에 잠겼다. 물이 이렇게 많은데 정작 마시고 씻는 물은 태부족이다. K는 비싼 물값 때문에 정부가 권장하는 ‘1일 1회 3분 샤워법’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뉴스에선 ‘기상 관측 이래 최고’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렸다. 6월부터 시작된 열대야가 추석까지 이어질 때 이 말이 등장했다. 가슴 설레는 첫눈이 역대급 폭설로 변했을 때도 이 말이 쓰였다. 변화무쌍한 기후로 인해 채소와 과일값이 느닷없이 오르면서 ‘금사과’ ‘금쪽파’ ‘금배추’ 같은 말까지 생겼다.
해외 소식도 만만치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한낮 기온이 52도까지 치솟아 무슬림 성지순례자 1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홍수로 사하라사막 한가운데에 거대한 호수가 생기고 미국에는 멜론만 한 우박이 연일 쏟아져 내렸다. 중국 최대 벼 생산 수원(水源)인 포양호는 해마다 가뭄과 홍수를 반복하며 인근 지역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날씨 때문에 철로가 휘었다는 소식 정도는 이제 뉴스거리도 안 된다. 지구를 함부로 사용한 대가가 혹독하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기상이변으로 지난 10년간 발생한 경제 손실이 우리 돈 2787조원에 달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농업 분야다. 그래서 기상이변은 맨 먼저 농업에 타격을 주고 이는 곧 식량 위기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의 영향을 벗어난 ‘전천후 농업’은 가능한 것인가?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적용한 ‘스마트팜’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건물 안 타워 형태의 밀폐된 수직 공간이 농장이다. 온도와 빛 조절은 인공지능(AI)이 하고 수확은 로봇이 맡는다. 용수로는 안개와 해수를 정화한 물이 사용된다. 싱가포르 도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스마트팜 모습이다.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도 정보기술(IT) 관리 솔루션을 통한 스마트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다. 최근 한국에서도 원예와 축산을 중심으로 기후·환경 변화에 대응한 스마트농업이 확산하고 있다.
시간은 미래를 향해 쉼 없이 흐른다. 2055년, K가 쌀밥과 사과를 먹을 수 있을지는 결국 ‘농산업 혁신’에 달렸다. 그래서 농업을 ‘미래 생명산업’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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