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K로펌, 세계에 널리 알릴 것"

입력 2025-01-12 17:17   수정 2025-01-13 00:31


“제가 지금껏 맡은 사건 중에 BKL(법무법인 태평양)이 처리하지 못할 사건은 없었습니다. 한국 로펌에 더 많은 국제 업무를 맡을 능력이 있다는 점을 알려 나가려고 합니다.”

지난 9일 크리스 테일러 태평양 외국변호사는 태평양 합류 포부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국제중재 전문인 테일러 변호사는 세계 3위권 로펌인 앨런앤드오버리(A&O)에서 23년 동안 근무하고 올 1월 태평양에 합류했다. 국내 로펌을 통틀어 영미계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가 영입된 것은 테일러 변호사가 처음이다.

지난해 6월 A&O 커리어를 마무리한 테일러 변호사는 한국행 이유로 ‘도전’을 꼽았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일하며 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며 “한국 법조 시장에서 ‘매직 서클’(영국 상위 5대 로펌) 출신 파트너 합류는 최초인 것으로 아는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을 대리하고 상대한 경험이 있어 한국 시장도 익숙하다”고 했다. 영국 출신인 테일러 변호사는 국제중재 변호사로 A&O 런던, 파리, 두바이, 싱가포르 사무소를 거쳤다.

태평양은 테일러 변호사 영입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클라이언트 수임에도 적극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기업의 수임 방침을 묻자 테일러 변호사는 능력, 비용, 신뢰도를 꼽았다. 그는 “뛰어난 로펌이 많은 만큼 능력이 항상 차별화되는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클라이언트 예산은 한정적이고, 법률 서비스 가격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글로벌 로펌은 수익성 있는 사건을 비싸게 책정해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테일러 변호사는 한국 로펌이 업무 능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태평양을 비롯해 한국에도 국제중재 업무를 우수하게 해내는 변호사가 많다”며 “결국 대외적 인식의 문제”라고 했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 간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에서 정부를 대리한 태평양은 국내에서 국제중재 팀을 최초로 창설한 로펌이다.

중동 등지에서 건설 중재를 주로 맡은 테일러 변호사는 건설과 에너지 분야에서 기업 분쟁 및 자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만 해도 네옴시티라는 도시 단위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세계적으로 친환경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인프라 개발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했다.

직전 근무지가 A&O 싱가포르 사무소인 테일러 변호사는 태평양에서도 서울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업무를 볼 예정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개인적으로도 역사 마니아”라며 “공평동 서울 사무소 주변 고궁과 문화 유적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탐방하며 문화를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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