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규제·송무 '원픽'…선택과 집중 나선 로펌

입력 2025-01-12 17:19   수정 2025-01-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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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6대 로펌이 새해 주력 분야를 확정했다. 경기 침체와 미국 보호주의 무역이 화두였다. 이에 따라 대형 로펌들은 대기업 구조조정 자문과 해외규제 대응에 집중하며 실적 개선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가상자산, 인공지능(AI), 헬스케어, 개인정보 등 디지털 전환과 산업 재편에 대비한 신산업 자문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산업·구조조정 공략 나서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컴플라이언스와 리걸테크(Legal Tech) 분야에 주력하기로 했다. 은행권 책무구조도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의 내부통제 자문을 강화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비한 통상 분야도 주목하고 있다. 정계성 대표변호사는 “내부적으로는 AI를 활용한 리걸테크 시스템 구축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광장은 형사공판과 금융규제 분야에서 성과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김상곤 대표변호사는 “작년 형사공판팀이 주요 기업 관련 사건을 대거 수임하며 성장을 이끌었다”며 “금융규제팀도 금융당국 조사 대응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광장은 올해 법원 출신 변호사 4명을 추가 영입하는 등 송무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에너지기업 구조조정 자문 수요 선점에도 나선다.

법무법인 태평양 역시 구조조정 관련 인수합병 수요를 주목하고 있다. 이준기 대표변호사는 “기업 구조조정 수요와 함께 가상자산, 개인정보 등 신산업에서 자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율촌은 해외규제 대응과 경영권 분쟁에 주력한다. 강석훈 대표변호사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세 및 무역규제 등 해외규제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제2의 고려아연 사태에 대비한 경영권 분쟁 관련 기업지배구조팀도 신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산업 분야에서는 법무법인 세종이 가장 적극적이다. 경기 판교 분사무소를 확장 이전하고 상주 변호사를 두 배 이상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오종한 대표변호사는 “헬스케어, 가상자산, AI 등 신산업 분야 법률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AI, 디지털금융 등 신사업과 정부 관계 자문(GRC)에 투자를 확대한다. 이명수 대표변호사는 “AI, 디지털금융 등 신사업과 GRC,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방위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윤곽 드러나는 ‘매출 성적표’
경기 침체로 대형 로펌들의 성장세 둔화가 우려됐지만, 일부 로펌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광장은 지난해 4100억원의 매출(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을 달성하며 법무법인 가운데 처음으로 4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김앤장법률사무소(연 매출 1조3000억원 추정)에 이어 업계 2위 규모다.

2023년 기준 태평양은 3714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고, 율촌(3285억원)과 세종(3196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화우의 성장세다. 2020년 ‘2000억 클럽’에 가입한 화우는 지난해 249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023년(2082억원) 대비 20% 급증했다. 굵직한 경영권 분쟁과 금융 자문이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법조계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해외규제 대응이 올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AI 법제화와 디지털 전환 등 신산업 전문성 확보가 로펌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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