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단기채 펀드의 수익률이 약진하고 있다.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이 15%를 넘었다. 미국 장기채 펀드가 같은 기간 -10%대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상반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단기채 가격이 오른 영향”이라며 “경제 환경이 불확실할 때는 단기채 펀드가 투자 위험(리스크)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말에는 장기채 펀드 수익률이 단기채 펀드를 앞질렀다. 작년 9월 말 당시 단기채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3.03%, 장기채 펀드는 11.29%였다. 그러나 3개월여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단기채 펀드의 수익률 개선에는 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해 9월 미국 기준금리를 연 5.5%(상단 기준)에서 연 5.0%로 낮췄다. 이어 11월과 12월에도 각각 0.25%포인트 낮춰 현재 기준금리는 연 4.5%다. 이 영향으로 단기채에 속하는 1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8월 말 연 4.418%에서 이달 10일 연 4.223%로 0.195%포인트 낮아졌다.
기준 금리 인하로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 시장 금리가 내려가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표면금리가 기존에 발행된 채권보다 낮아진다. 새로 발행된 채권보다 기존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존 채권 가격도 올라간다.
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픽스드인컴운용본부장은 “단기채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원리금을 전부 받고 손을 털 수 있기 때문에 시장 환경 변화에 둔감하지만 장기채는 그렇지 않다”며 “장기채는 운용 기간이 길다 보니 시장 상황에 따라 채권 수요와 가격이 탄력적으로 변하는 편”이라고 했다.
개별 펀드의 수익률을 보면 이런 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PIMCO미달러단기채’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7.49%다. ‘RISE 미국단기투자등급회사채액티브’(16.61%), ‘PLUS 미국단기회사채(AAA~A)’(16.15%) 등 미 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도 같은 기간 다우존스지수 상승률(11.26%)보다 수익률이 높다. 최근 편입 자산의 듀레이션(가중 평균 만기)을 1년 내외로 짧게 맞춘 ‘미래에셋미국달러채권 펀드’ 수익률도 15.87%에 달했다.
장기채 펀드의 수익률은 부진하다.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9.37%다. ‘KODEX 미국30년국채울트라선물’(-11.18%),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10.81%) 등 다른 ETF도 수익률이 부진하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미국 단기채 펀드가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정승호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미국 기준금리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전망”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채권 가격의 등락 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표면금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고 했다. 그는 “장기채는 가격이 내려가면 표면금리로 인한 이익이 금방 희석되지만 단기채는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아 표면금리를 누리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회사채 펀드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회사채는 표면금리가 국채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최근 애플, JP모간 등 우량 기업이 발행한 단기 회사채도 1년6개월가량 보유하면 연 4.5% 이상의 표면금리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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