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내 역할 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2~3년 새 관련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쏠메이트를 창업해 10년째 운영 중인 박서연 대표는 “초기인 10여 년 전과 비교할 때 역할 대행 서비스 수요가 지난 몇 년 새 급증했다”며 “주로 프리랜서로 채용하는 고용 인력도 5~6배가량인 60여 명으로 늘렸다”고 했다.
역할 대행은 애인, 하객, 친구 등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로 2000년대 초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성 상품화 논란 등이 일면서 성장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남녀 간 만남이 크게 줄어들고 연애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역할 대행 서비스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지난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현재 연애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62.4%(1872명)에 달했다.
시간당 이용 금액은 6만~10만원에 달한다. 연애에 익숙하지 못한 20, 30대 남성이 주로 서비스를 신청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모씨(25)는 “만날 사람도 없고 외로워서 호기심에 역할 대행 서비스를 신청했다”며 “또래 여성과 대화하고 밥 먹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을 달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엔 여성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주로 결혼식 하객 참석 때 동행하거나 결혼을 압박하는 부모님께 소개하는 용도로 애인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외로움을 사고파는 ‘외로움 경제(loneliness economy)’의 한 단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로움 경제는 개인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업 생태계로, 세계적으로 관련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친구를 대여해주고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을 공유하는 미국의 렌트어프렌드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역할 대행을 가장한 사기 행위가 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박 대표는 “역할 대행 서비스로 위장해 개인정보를 탈취한 뒤 금전을 요구하는 등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피해를 예방하려면 사전에 검증된 업체인지를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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