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의 작은 키로 세계 주요 무대에서 개인 통산 66승(아마추어 1승 포함)을 달성했다. 한국인 최초로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한국과 미국에서 상금왕을 차지했다. 신지애(37)에게 ‘작은 거인’이라는 찬사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신지애는 “내가 걸어온 길에 단 한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자부심을 보이면서도 “후배들이 내 기록을 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최초의 그랜드슬래머, 통산 70승 등을 향해 ‘더욱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만난 그는 “공연과 스포츠 경기를 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골프에서 늘 무대에 있다가 관객으로서 무대를 보면 그 순간을 위해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아왔을지가 느껴져요. 제 시야도 넓히고 저의 열정도 돌아보게 되죠.”
기록제조기로 불리는 신지애지만 매 순간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신지애는 파리올림픽 출전 그리고 일본투어 생애 상금 1위를 정조준했다. 하지만 메이저대회인 KPMG여자PGA챔피언십 커트 탈락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했고, 일본 투어에 집중하지 못한 탓에 생애 상금 1위도 단 59만6977엔(약 560만원) 차이로 놓쳤다.
그래도 신지애는 “내 선택에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조금씩 모자란 한해였어요. 매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아쉬움은 쉽게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가 “내게 흑역사는 없다. 그저 나의 역사일 뿐”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그가 후배들에게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은 ‘도전정신’이다. 한국의 투어 환경이 좋아지면서 해외 진출이 크게 줄어들었고, 후배들의 골프도 조금씩 단조로워진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지애는 “LPGA투어에서 일본 선수들의 활약이 늘어나는 것 역시 거침없는 도전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일본 선수층이 한국보다 훨씬 두텁습니다. 그래서 경쟁에 강하고, 점점 ‘악바리 근성’이 생기고 있어요. 충분히 좋은 환경인 일본을 떠나 더 큰 꿈을 위해 승부수를 던지는 선수가 늘어나면서 일본 전체 선수층이 두터워지는 선순환도 생기고 있죠. LPGA투어에서 일본 선수들의 강세는 이어질 겁니다.”
올해로 프로 20년차, 신지애는 “여전히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는 JLPGA투어에 집중할 계획이다. 상금 60만엔 이상만 따내면 ‘일본 골프의 전설’ 후도 유리(13억7262만엔)를 넘어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2승만 남겨둔 일본 영구 시드도 노리고 있다.
신지애는 이번주부터 호주 전지훈련으로 새로운 역사를 준비한다. “저는 아직도 경기장에 가면 ‘오늘은 어떤 경기를 할까’ 하는 기대감에 짜릿해져요. 2위만 세 번 한 일본여자오픈은 가장 욕심나는 대회예요. 일본에 아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가 없는데 일본여자오픈 우승으로 제가 주인공이 되고 싶습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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