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열린 국제경제학회에서 “지난 2년6개월간 한은이 들어온 비판 중 하나는 한은이 물가 안정 목표에만 주력하지 않고 환율,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 등 물가 외 변수까지 고려하면서 좌고우면하다가 금리 인상·인하기에 모두 조정 시기를 실기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 실기론이 본격 제기된 작년 8월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커지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기에 앞서 이미 국내 시장금리가 상당폭 떨어졌다”며 “당시 8월부터 가계부채와 집값이 뛰면서 금융 불균형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금융 불균형 확대를 부추길 우려가 커지자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를 우선 요구하면서 금리를 동결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작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틈날 때마다 금리 인하 실기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총재는 작년 10월 금리를 38개월 만에 인하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기를 했느냐 안 했느냐 하는 것은 내수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하는 시점인지 아니면 금융 안정도 한꺼번에 고려하면서 하는지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판단이 옳았는지는 지금 당장은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1년 정도 시간이 더 지나서 경기 상황과 금융 안정을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평가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같은 달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리 인하 실기론을 지적하는 여당 의원 질의에 “자영업자만 생각한다면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적처럼 금리를 낮추는 것이 맞다”면서도 “가계부채와 부동산 등 금융 안정을 고려하지 않고 금리를 낮출 경우 다른 부작용이 있어 KDI 의견보다 금리 인하를 늦췄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