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AI칩용 기판, 빅테크 러브콜 쇄도"

입력 2025-01-12 18:09   수정 2025-01-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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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이 고성능·고밀도 칩 제조에 필요한 차세대 기판 패키징 기술인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를 적용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빅테크를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의미다.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는 “유리기판은 올해 말부터 시제품을 양산한다”고 밝혔다. 유리기판은 기존 소재로는 불가능한 첨단 기술을 구현해 줄 ‘꿈의 기판’으로 불린다.

문 CEO는 지난 8일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다수 글로빅 빅테크와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FC-BGA를 조(兆) 단위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2022년 FC-BGA 시장에 뛰어든 지 2년여 만에 초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고 양산에 들어간 것이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하는 고집적 패키징 기술이다.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 주로 AI용 반도체에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인텔 퀄컴 브로드컴 같은 빅테크가 LG이노텍의 새로운 FC-BGA 고객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후지카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FC-BGA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달러(약 11조6912억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약 23조9669억원)로 두 배 넘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 최대 강점으로는 높은 수율과 수익성을 꼽았다. 그는 “LG이노텍이 구축한 스마트 팩토리는 초기 투자비는 들지만 수율이 훨씬 높고 인건비가 적게 들어간다”며 “FC-BGA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인수합병(M&A), 지분 투자 등 외부 협력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북 구미에 FC-BGA 생산 거점을 둔 LG이노텍은 구미 4공장을 AI·자동화 공정을 갖춘 ‘드림 팩토리’로 구축해 대형 고객사 모집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행보는 LG이노텍이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제조사에서 반도체, 자동차, 로봇 등 미래 핵심 시장 전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정보기술(IT) 부품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FC-BGA를 이을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유리기판과 관련해 문 CEO는 “유리기판은 가야 하는 방향이고 많은 업체가 양산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상용화 일정 등에 맞춰) 유리기판 사업을 늦지 않게 준비 중”이라고 했다.

LG이노텍이 세계 1위인 카메라모듈 사업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주요 휴머노이드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CEO는 “글로벌 1위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으로 카메라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올해 CES 기조연설에 등장한 세계 주요 14개 휴머노이드 업체 중 절반 이상과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CEO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비해 베트남 멕시코 등의 해외 공장 활용을 준비하고 있다”며 “감가상각이 끝나고 베트남 공장 증설이 올해 완료돼 가동되면 원가 경쟁력은 물론 수익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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