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올해부터 학교에서 볼 수 없는 풍경들

입력 2025-01-12 17:55   수정 2025-01-1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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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강원 원주 만대초등학교에서는 서유리 예술강사의 도움으로 국악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영상과 퀴즈를 통해 조상들이 농사지을 때 부른 토속 민요인 농요(農謠)를 배우고, 장구 장단에 맞춰 직접 불러보기도 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사계초에선 정진아 예술강사가 탈춤 수업을 이끌었다. 학교 체육관에서 약 40분간 이뤄진 수업에서 학생들은 ‘고개잡이’ ‘다리 들기’ ‘황소걸음’ 등의 춤사위를 익혔다.

올해부터는 이런 풍경을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볼 수 없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5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학교 예술강사 지원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존폐 기로에 선 예술강사 지원 사업
문체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학교 예술강사 지원 사업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예술을 보다 체계적으로 배우고 경험할 수 있도록 예술 전문 강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2005년 제정된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재원은 정부 예산에서 나온다. 문체부가 대부분의 돈을 대고 각 시도교육청이 매칭 방식으로 일부를 보태는 식이다. 그런데 문체부가 갑작스레 이 사업 예산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예산을 편성할 때 전년보다 50% 삭감했고, 올해 예산 편성 때 다시 72%를 줄였다. 결국 2023년 547억원이던 문체부의 학교 예술강사 지원 사업 예산은 올해 8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각 시도교육청도 덩달아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경기교육청은 지난해 27억원이던 예산을 올해는 7억5200만원으로 줄였고, 서울교육청은 48억원에서 33억원으로 축소해 예산을 편성했다. 인천·광주·전남·제주 교육청도 마찬가지로 예산을 감축했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 자체는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게 맞다. 문제는 학교 예술강사 지원 사업이 과연 그런 사업인가 하는 점이다. 영국의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파트너십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예술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데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투자
미국 뉴욕시가 실시한 연구에서는 예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생이 국어와 수학에서도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 예술 활동은 뇌의 다양한 영역을 자극해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문화예술 교육의 이런 측면 때문에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1년 ‘턴어라운드 아트’라는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예술 수업을 학교 정기 커리큘럼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 기관, 비영리 단체, 민간 후원자들이 손잡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초 8개 학교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고, 수차례 정권이 바뀌는 와중에도 살아남아 지금까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문체부는 올해 세계적인 문화강국 실현을 위해 K콘텐츠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콘텐츠 분야에 예산 1조2995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문화강국 주역이 될 미래 세대의 문화예술 교육은 외면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문화적 감수성과 창의력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에 대한 투자야말로 가장 현명한 투자임을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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