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재재판이란 강공책으로 미국 퀄컴으로부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료를 받는 데 기여한 정선종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현 ETRI) 원장이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은 해당 사안을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제소해 한국 공공연구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ETRI의 승소를 이끌어 냈고, 한국의 첫 상용위성인 무궁화위성 발사에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 전 원장의 유족은 지난 11일 오후 9시20분께 고인이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광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 휴스턴기지 우주왕복선 텔레메트리 시험팀에서 근무하다 귀국해 1983년 한국전기통신연구소(현 ETRI) 데이터통신 연구실장을 맡았다. 고인은 한국통신(현 KT)의 아날로그 전화망을 디지털망으로 바꾸는 연구를 맡았고, ISDN연구부장도 역임했다.
1995년 무궁화 1호 발사에도 공헌했다. 1988년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첫 방송위성 발사 계획을 확정하자 고인은 ETRI 무궁화위성 사업단장을 맡았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는 ETRI 원장을 지냈다. 원장 재직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자 구조조정을 통해 젊은 연구자를 채용하는 데 주력했다.
당시 ETRI는 비동기식 IMT-2000 시스템 개발에 성공, 세계를 하나의 통화권으로 만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해외 휴대전화 수출에 기여했다.
또한 1998년 CDMA 기술 공동 개발사인 퀄컴사가 CDMA 기술료(로열티) 분배금에 관한 계약을 어겼다며 ICC에 제소했다. 2000년 12월6일 승소 판정을 받은 끝에 1억달러(약 1474억원)의 기술료 분배금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고인과 함께 일한 정재용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퀄컴의 기술료 분배금 문제를 제기한 것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지만, 소송을 국내 법원이 아니라 외국(ICC)에 낸 것은 고인의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유족은 부인 최영심씨와 아들 정동욱씨, 며느리 장선옥씨 등이 있다. 빈소는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 14일 오전 9시다. 장지는 흑석동성당 평화쉼터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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