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양자 중첩'과 기업가정신

입력 2025-01-12 17:52   수정 2025-01-13 00:20

올해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양자역학을 정립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유엔 총회에선 2025년을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로 지정했다. 지난달 구글은 차세대 양자 칩인 ‘윌로’를 공개했는데 현재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프런티어’가 1025년 걸리는 문제를 5분 안에 실행했다고 한다. CES 2025에서도 인공지능(AI)을 이을 차세대 기술로 마이크로소프트, IBM, 아이온큐가 참여한 양자 컴퓨팅이 부각됐다.

양자역학의 핵심은 ‘불확정성’이다. 물체의 운동을 예측하려면 위치와 운동량을 알아야 하는데, 하이젠베르크는 원자나 전자 등 소립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확정할 수 없는 불확정성을 수학적으로 정립했다. 즉,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은 물질과 에너지의 특정한 속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원리다. 기존 컴퓨터가 확정적인 0과 1의 이진법으로 정보를 처리한다면,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를 이용한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큐비트는 계속 돌아가는 동전처럼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가 가능해 동시다발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고 그만큼 속도가 빨라진다.

물리학에서 ‘불확정성’이 존재한다면 경제학에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불확정성이 원리적으로 미래 상태를 확정할 수 없듯이, 불확실성도 과거의 경험이나 과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시카고학파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는 <위험과 불확실성 및 이윤>이라는 책에서 불확정적인 미래와 관련해 측정할 수 있는 ‘위험’과 측정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을 내포하는 위험은 경험으로 결과를 추정할 수 있기에 보험을 통해 상쇄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가정신의 순수한 이윤은 이런 불확실성에서 나온다.

현재 한국 경제를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단하는 것에 주저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73년 14.9%로 최고점을 찍은 뒤 평균적으로 전년 대비 20.4% 하락해 왔다. 특히, 2001년 이전 경제성장률은 평균 9.7%였지만 이후 3.5%로 급감했다. 또한 2002년까지 한국과 세계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는 0.36이었는데, 이후 0.83으로 급증했다. 무엇보다 2011년까지 한국 경제성장률이 세계보다 높았지만,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이 미래와 절단된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불확실성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 창출의 기회로 삼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을 중첩 상태를 통해 해결했듯이, 경제 불확실성도 ‘양자 중첩’을 통해 풀어내야 한다. 양자역학에서 양자가 원자나 전자와 같은 소립자라면 기업 경영에서 양자는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다. 여기서 이해관계자의 중첩이란 임직원을 노동 제공자, 고객을 소비자, 협력업체를 공급자의 단일 위치로만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대가인 ‘잔여 이윤’을 공유하는 중첩의 위치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럴 때 모든 이해관계자가 불확실성을 함께 감당하며 ‘양자 얽힘’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것이다.

2021년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에서 그룹 회장이 본인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했음에도 반응이 미미했던 것은 그 의사결정이 구성원을 양자 위치로 인정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공감은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양자 중첩의 기업가정신으로 지금의 불확실성을 이겨내는 기업 사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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