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보다 40%나 높은 대기업 초봉…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근원

입력 2025-01-12 17:53   수정 2025-01-13 07:29

한국의 300인 이상 기업 정규직 대졸 평균 초임이 5001만원(2023년)에 달했다는 경총 보고서가 나왔다. 사상 첫 5000만원 돌파는 물론 일본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경제 성장 속에서 물가 상승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것은 나쁘게 볼 일이 아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침체 기간에 임금이 제자리에 머문 것도 한·일 간 임금 역전과 격차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와 일본의 임금 구조를 비교해 보면 한국 임금 체계가 상당히 왜곡돼 있음을 곧 파악할 수 있다.

한·일 간 대졸 초임 격차는 기업 규모에 비례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간 비교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9.9~19.9% 높았는데, 대기업(한국 500인 이상, 일본 1000인 이상) 간에는 일본보다 43.5%나 높았다. 가장 큰 문제는 양국 내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다. 양국의 10~99인 소규모 기업체의 임금을 각각 100으로 할 때 일본의 대기업은 114.4인데 한국 대기업은 무려 149.3에 달했다.

우리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일본보다 훨씬 고착화돼 있다는 얘기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하는 이유는 대기업 정규직의 출발선이 지나치게 앞선 상태에서 해마다 호봉이 또박또박 오르는 연공형 임금체계와 강성 노조 프리미엄까지 더해진 결과다.

뿌리 깊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출산율 저하의 주범이기도 하다. 한국처럼 경직적 노동시장 구조를 지닌 이탈리아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불안한 일자리와 불확실한 미래 탓에 출산과 양육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우리 임금 수준은 생산성에 비해서도 과도하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33위(일본 29위)로, 최하위권이다. 일의 가치와 성과에 따른 합리적 보상책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직무 성과급제가 하루빨리 자리 잡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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