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따이궁에 더는 손해 안 본다"…롯데 신동빈의 '결단'

입력 2025-01-12 17:41   수정 2025-01-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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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이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따이궁은 대규모 매입을 통해 국내 면세점 매출의 50% 이상을 올려주지만, 면세점으로부터 상품 가격의 40~50%를 되돌려받는 특혜를 누려 면세점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왔다. 롯데면세점이 이들과의 거래를 끊은 건 대규모 매출을 포기하고서라도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미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최근 최고경영진에 주문한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손해 보고 더 이상 안 판다”

1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이달부터 일정 거래 규모 이상의 따이궁에게 주는 수수료 환급 등의 혜택을 전면 중단했다.

따이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대량 구매해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유통하는 보따리상을 말한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줄어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빈자리를 메꾸며 따이궁은 국내 면세점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한국 면세점→따이궁→중국·동남아 소매시장→현지 소비자’로 연결되는 새로운 유통시장을 열었다.

따이궁이 굳이 한국 면세품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것은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면세점은 따이궁 유치를 위해 송객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줬다. 여기에 더해 대규모 할인까지 해줬다. 면세점은 100만원어치를 팔면 50만원가량을 되돌려줬다. 거래 중단은 이 혜택을 앞으로 일절 안 주겠다는 의미다. 따이궁에겐 더 이상 롯데면세점에서 물건을 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따이궁과의 결별’을 선언한 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 때문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상품 할인율이 정상가의 20% 이하여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이보다 두 배 이상을 환급해주다 보니 이익을 낼 수 없다”고 했다.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따이궁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유동성 위기설도 영향 미친 듯

면세업계에선 이번 조치가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2023년 롯데면세점 매출은 3조796억원이었다. 따이궁과의 거래 중단으로 롯데가 포기해야 할 매출은 1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그룹 총수의 승인 없이 이만한 규모의 매출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이는 신 회장의 메시지와도 일치한다. 그는 지난 9일 롯데 가치창출회의(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 조정을 시도하라”고 주문했다. 적극적인 쇄신으로 안 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으라는 주문이었다.

롯데면세점이 먼저 이들과의 거래를 끊은 것은 그룹 사정도 있다. 롯데는 작년 말 유동성 위기설로 홍역을 치렀다.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는 연간 수천억원대 손실을 내는 롯데케미칼이었지만 한때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면세 사업마저 적자로 돌아서 위기감을 키웠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롯데면세점은 922억원의 손실을 냈다.
○개별 관광객 위주로 전략 재정비

롯데면세점은 따이궁 대신 자유여행객(FIT)에게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 여행객이 ‘유커’(단체관광)에서 ‘싼커’(개별 여행)로 바뀌어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베트남 호주 등 해외 점포 20개 중 부실한 점포 정리도 함께 추진한다.

롯데를 시작으로 신라, 신세계, 현대 등 다른 면세점도 따이궁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따이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방한 여행객 트렌드 변화에 따른 실적 부진은 롯데뿐 아니라 면세업계 전체의 문제기 때문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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