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톰은 위협 아닌 퀀텀점프 기회"

입력 2025-01-12 17:48   수정 2025-01-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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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미국 해군의 심장’이란 명성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5개 독(dock·선박 건조장) 중 2번 독은 카페로 바뀌었고, 3번 독은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선박용 철강을 독까지 나르는 기찻길은 이제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이 됐다.

지난 6일 찾은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는 쇠락한 미국 조선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선박이 들어선 독보다 비어 있는 독이 더 많았고, 배 만드는 사람보다 철거 인력이 더 많았다. 중국의 ‘해군 굴기’에 맞서 군함을 대폭 늘리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에 ‘SOS’를 친 이유다. 작년 말 이 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낡고 녹슨 독과 안벽 등을 새로 단장한 뒤 본격적인 선박 건조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조선 전력기기 등 국내 주요 산업의 미국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수입품에 10% 보편관세 부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을 예고해 모두가 국내 기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표적인 게 조선 분야다. 중국에 맞서려면 해군력부터 복원해야 한다고 판단한 트럼프 차기 정부가 한국 조선업체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서다.

미국은 번스-톨리프슨 수정법에 따라 7함대 소속 함정을 제외한 다른 군함의 해외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위탁을 금지하고 있는데,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예외를 두는 방안을 우리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 3502조원인 미국 해군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선박 건조·MRO 분야를 한국 업체가 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필리조선소 인수로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 한화오션은 현지 일감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2기는 메가톤급 악재가 될 것’이라던 태양광·배터리·전기차 분야 전망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이 분야 최강자인 중국에 대한 제재가 강화돼 ‘넘버2’인 한국이 반사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커져서다. OCI는 이런 판단에 미국 내 태양광 셀과 모듈 생산 공장 신·증설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와 현대차·기아는 당장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 둔화)을 이겨내기 위해 각각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하이브리드카로 체력을 비축한 뒤 언젠가 본격화할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우섭/필라델피아=오현우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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