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을 두고 표대결을 앞두고 영풍·MBK 측에도 집중투표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뿐 아니라 상장회사인 영풍에도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소수주주들의 권한을 보호하려는 노력에 동참하길 기대한다"며 "MBK는 영풍의 집중투표제 도입 등 거버넌스 개선에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최 회장의 가족회사 유미개발(고려아연 지분 1.63% 보유)은 지난해 12월 24일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며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안과 집중투표제 도입을 조건으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제안했다.
집중투표제가 통과되면 영풍·MBK 연합이 의결권 지분 경쟁에서 앞서 있더라도 상법상 '3%룰'(대주주 의결권 제한) 때문에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게 돼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3%룰은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들고 있더라도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3%까지만 의결권을 인정해준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은 특별 결의 사항으로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 40% 이상을 확보했음에도 '3%룰'을 적용받으면 의결권을 각각 3%밖에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지분을 50명 이상의 특수관계자와 나눠 보유하고 있는 최 회장 측에 유리하다.
영풍·MBK 연합은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려면 고려아연 정관상 집중투표제가 사전에 허용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의안상정 금지 가처분을 냈다. 첫 심문 기일은 오는 17일로, 임시 주총 전까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은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도입하려고 하는 집중투표제에 대해 반대 권고를 하며 "일반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에게 혜택이 가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번 경우에는 MBK·영풍 측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개혁들을 희석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영풍·MBK 연합은 이날 최 회장이 고려아연 자회사 서린상사(현 KZ트레이딩)에선 집중투표를 배제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며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서린상사는 비상장사여서 집중투표에 관한 정관 변경 시 주주들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적용되지 않았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해 8월 9일 현 고려아연 CFO인 이승호 부사장이 대표이사 자격으로 소집한 서린상사 임시주총에서 서린상사는 상호 변경과 함께 집중투표를 배제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관 일부 개정의 건을 제1호 의안으로 부의했고, 영풍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린상사 지분 66.67%를 보유하고 있는 최 회장 포함 최씨 일가 및 고려아연이 이를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영풍·MBK 연합은 "소수주주 보호 취지를 몰각하고 오로지 자신의 자리보전만을 위해 이럴 땐 배제하고, 저럴 때는 도입하고자 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은 KZ트레이딩(옛 서린상사)이 비상장사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숨기며 시가총액 19위(1월 10일 기준)의 고려아연과 동일선상에서 집중투표제를 거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케이지트레이딩은 기타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치사회적 논의나 도입 필요성에 대한 시장 및 소액주주들의 의도나 목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말그대로 '아전인수' 해석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와 관련해 "집중 투표제는 주주가 이사 후보자에게 독립적으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라며 "소수 주주들이 이사 선임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연대의 잇따른 지지와 함께 시민단체, 정치권을 넘어 상당수 의결권 자문사들 역시 그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앞서 소액주주 플랫폼 헤이홀더, 소액주주연대 액트는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평가원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 안건에 찬성을 권고하며 "미래 성장 전략이 뚜렷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담겼다"고 평가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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