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대차 주가는 전일 대비 6.1% 상승한 22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2.23%), 현대모비스(1.78%), 현대오토에버(6.37%) 등 현대차그룹의 상장 계열사들이 동반 상승했다.
외국인이 지난 10일 현대차 주식을 859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 올렸다. 기아 주식도 363억원어치 샀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날 SK하이닉스에 이어 외국인 순매수 규모 2위와 3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AI) 테마의 대장주 격인 엔비디아와 현대차그룹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소식에 외국인들이 반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파트너십 체결에 따라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AI, 로봇, 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으로 현대차는 중국·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진보에 비해 한국 완성차의 행보가 느리다는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더해 "올해부터는 로봇 분야에서의 보스턴다이내믹스, 도심항공교통(UAM) 분야에서의 슈퍼널, 로봇택시 분야에서의 모셔널,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웨이모와 협력 등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비전 제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주가는 지난해 6월27일 전고점(29만800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24.16% 낮은 수준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느린 행보에 더해 글로벌 판매량 피크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끌어 내렸다.
실제 지난해 현대차의 분기별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을 이어왔다.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가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윤 연구원은 올해 현대차가 판매량 목표치로 제시한 417만4000대보다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팰리세이드 풀체인지 모델과 아이오닉9 등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고,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의 글로벌 판매도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환율 상승이 상쇄해줄 것이란 분석도 눈길을 끈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한국산 차량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3조원의 비용이 늘어나지만, 올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50원을 유지하게 되면 약 2조원의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당 매력도 크다. 현대차는 오는 2027년까지 최소 배당금 전망치(가이던스)로 주당 1만원을 제시했다. 지난 10일 종가를 기준으로 배당수익률 예상치가 4.42%다. 이는 주가가 하락할 위험을 방어해줄 것이라고 문 연구원은 예상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예상에 못 미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조6611억원이지만, 올해 들어선 이후 제시된 추정치 3개는 모두 3조3000억원 미만이다. 현대트랜시스의 파업과 계양전기의 시트모터 공급차질 등의 문제가 있었고, 원·달러 환율 상승의 수혜보다는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환율이 급등하면서 90%가량이 달러로 적립된 판매보증충당부채 규모가 회계적으로 늘어나는 데 따른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희승 iM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이 현대차의 영업 단계에서 4000억원의 긍정적 효과를 낸 반면, 충당부채 환산에 따라 9000억원의 부정적 효과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50원 수준에서 안정된다면 지난해 4분기에 늘어난 판매보증충당부채 약 7500억원 중 일부가 환입돼 올 1분기 실적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문 연구원은 전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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