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집값도 수억원 뚝…서울 아파트 "급매 아니면 안 팔려"

입력 2025-01-13 08:36   수정 2025-01-13 11:26


서울 집값 하락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지켜보자' 분위기가 길어진 탓이다. 지난해 대출 규제 강화로 돈줄이 조여졌고 유주택자 대출 억제로 매수 심리가 위축됐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도 커졌다.

12일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7이다. 작년 6월 셋째 주(98) 이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선으로 하는데 기준보다 낮을 수록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보다 집을 팔려는 집주인이 많단 얘기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셋째주(99.9)에 100 이하로 떨어진 뒤 8주 연속 기준선을 밑돌며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노원·도봉·강북구 등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몰린 동북권의 지수가 92.6으로 가장 낮다. 대출 규제와 금리에 민감한 곳들이다.

국토교통부 실러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주공5단지' 전용면적 31㎡는 지난해 9월 실거래가 5억1000만원까지 올랐으나 올해 1월 4억8400만원에 팔렸고, '상계 주공 12차' 전용 41㎡는 지난해 10월 초 4억4500만원에 거래됐으나 작년 말에는 이보다 4000만원 낮은 4억원에 계약됐다. '상계 주공 13차' 전용 49㎡는 12월 말 12층이 3억8000만원에 거래돼 작년 9월 초순 13층이 4억22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해 4000만원 넘게 내렸다.

상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은 급매성 매물만 찾고 사정이 급한 집주인은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으면서 호가가 3000만~4000만원은 내렸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에 덜 민감한 강남권도 거래가 침체되면서 실거래가가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작년 12월 말 18층이 26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10월 초 17층이 최고 28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2억3000만원 내렸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는 지난달 하순 3층이 40억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 초 2층이 42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2억원 넘게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매수 문의가 거의 없고 급매를 찾던 실수요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거래 침체가 이어지면 호가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집값이 약보합세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

일단 거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지난해 7월 9216건으로 단기 정점을 찍은 뒤 9월 이후 4개월 연속 거래량이 월 4000건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매물은 많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시중은행이 대출을 억제하기 시작한 작년 8월 말부터 8만건을 넘기 시작해 1월 현재 8만8675건으로 급증한 상태다.

전셋값도 약세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1% 내리며 1년7개월여 만에 하락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보합을 기록한 가운데, 조만간 하락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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