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은행원 "격려금 1000만원 달라"…또 '돈 잔치'

입력 2025-01-13 08:54   수정 2025-01-13 11:23

국민은행 노조가 통상임금의 300% 수준의 특별보로금과 특별격려금 1000만원 지급을 요구하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쟁의조정이 결렬돼 파업권을 확보할 경우 2019년 이후 6년 만에 총파업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작년보다 임금 인상률일 높이고 성과급 규모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이익을 앞세워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낸 은행들이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2.8% 임금인상률·200%대 성과급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 가운데 국민, 하나은행을 제외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

하나은행은 잠정안을 가지고 지난주까지 조합원 투표를 거친데 이어 이날 임단협을 타결할 예정이다. 노사 이견이 국민은행은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국민은행 외 4개 은행의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8%로 결정됐다. 전년 2.0%에서 0.8%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임금인상률은 산별노조인 금융노조가 사측과 일괄적으로 협상하는 사안으로 국민은행의 임금인상률도 2.8%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성과급도 작년보다 확대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책정했다. 지난해(신한 281%·하나 280%)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현금성 포인트인 마이신한포인트 지급액을 100만포인트(100만원 상당)에서 150만포인트로 늘렸다.

하나은행 역시 현금 지급액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리고, 복지포인트를 50만원 증액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통상임금 200%에 현금 300만원으로 전년 조건을 그대로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2024년 결산이 끝난 후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는데 노조 측은 역대 최대실적을 낸 만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해 현금성 포인트인 '꿀머니' 200만원을 지급했으나, 올해는 복지포인트 형식으로 300만원을 주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노사 이견이 큰 상태다. 노조는 통상임금의 300% 수준의 특별보로금과 특별격려금 10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통상임금 280%)보다 대폭 확대된 수준이다.

반면 사측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8420억원)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이유로 노조 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쟁의 조정 신청이 결렬될 경우 파업권을 확보하는 만큼 조합원 총투표 등을 거쳐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은행에서 마지막 총파업은 2019년 1월 8일 진행됐다. 당시 박홍배 노조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도해 1만 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연봉 1.1억 넘는데 복리 후생도 확대
은행들은 지난해 금융노조 임단협에서 출산, 육아 혜택 등 임직원 복리후생도 개선했다. 우선 산별교섭을 통해 육아기 단축 근로를 확대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를 둔 직원은 30분 늦게 출근할 수 있게 하고, 초등학교 입학 자녀 돌봄을 위해 약 두 달간 오전 10시 출근이나 오후 5시 퇴근 등 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해주는 식이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난임 휴가를 기존 3일에서 6일로 확대했다. 육아휴직에서 산전후 휴가를 제외하면서 육아휴직 기간도 기존 2년에서 2년 6개월로 늘어났다.

하나은행은 출산 경조금도 기존의 다섯배로 높였다.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300만원, 넷째 400만원이던 출산 경조금은 각각 500만원, 1000만원, 1500만원, 2000만원으로 올랐다.

또한 유·사산 위로금 50만원을 신설하고, 유아교육 보조비 역시 첫째·둘째 자녀 분기 50만원, 셋째 자녀 분기 60만원, 넷째 자녀 분기 70만원에서 자녀당 연 240만원으로 올렸다.

우리은행도 유·사산 직원 휴가를 기존 7일에서 10일로, 배우자는 2일에서 3일로 늘렸다. 이 외에 개인연금 지원액 역시 월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의무 휴가를 13일에서 15일로 늘리고, 디지털·ICT 전문 직군 수당을 기존 월 15만원에서 17만5000원으로 확대했다.

은행 직원의 급여 역시 높은 수준이다.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5대 은행의 직원 근로소득은 평균 1억1265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1821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1억1566만원)·농협은행(1억1069만원)·우리은행(1억969만원)·신한은행(1억898만원) 순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에 대출 금리는 올리고 시장 금리 하락에 맞춰 예금 금리는 내린데 따른 이자이익 확대로 은행권의 실적이 개선됐다"면서도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홀로 '돈 잔치'를 벌이는 은행권에 대한 여론이 나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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