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던 케이뱅크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IPO 초대어’ 고민도 깊어졌다. 이들 회사가 칼바람이 부는 공모주 시장에 입성하려면 ‘몸값’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투자 수익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재무적 투자자(FI) 반발이 상당하다. FI 반발에 IPO 초대어들도 셈법도 복잡해졌다.
○자본확충 급한 케이뱅크 IPO 또 연기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FI 요청을 수용해 상장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IPO에 나서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4조~5조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요예측 과정에서 산출된 기업가치는 3조원 중후반에 머물렀다.
주관사단은 지난해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케이뱅크에 공모가를 낮추고 공모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케이뱅크 최대주주인 BC카드는 FI와 이 같은 제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FI 상당수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FI 일부는 내부수익률(IRR)을 고려해 케이뱅크가 4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로 상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케이뱅크에 “3조원 후반대 몸값으로는 증시 입성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엄포를 놨다는 후문이다.
케이뱅크는 2021년에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MG새마을금고, 신한대체, JS프라이빗에쿼티, 컴투스를 비롯한 FI를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FI는 당시 투자하는 과정에서 케이뱅크 기업가치를 2조5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케이뱅크는 당시 FI에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상장에 실패할 경우 FI가 보유한 일부 지분을 회사가 매입하거나 제3자에 보유 지분을 다함께 팔아야 하는 조건이 달렸다.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 IPO에 대해선 FI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잇따른 상장 실패에 고민이 깊어졌다. 신속한 자본확충으로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구상이 틀어질 수도 있어서다. 케이뱅크는 이번 상장으로 1조원가량의 자본을 확충할 것으로 기대했다. 올 하반기 공모주 시장 상황을 참고해 재도전할 계획이다.
○투자금 회수에 방점 찍힌 대형 IPO
LG CNS, 롯데글로벌로지스, 달바글로벌을 비롯한 ‘IPO 대어’들은 케이뱅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적정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FI와의 마찰음 빚어서다. 이들 회사는 FI 투자금 회수를 돕기 위해 IPO를 추진하고 있다.서울보증보험, DN솔루션즈 등은 각각 예금보험공사와 DN오토모티브 등 최대주주가 직접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들 기업은 기존 주주가 공모 과정에서 보유 주식을 파는 구주 매출 비중이 50% 이상이다. 기업가치 산출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투자 가격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투자받을 땐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되는 게 유리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얼어붙으면서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LG CNS와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주주사에 약속한 기한이 각각 올해 4월까지인 만큼 연초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시장의 평가를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서울보증보험과 DN솔루션즈 등은 공모 일정은 한두 달 뒤로 미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장 상황을 살피면서 공모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의도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대형 IPO의 경우 해외 공모 흥행이 필수적인 만큼 일단 LG CNS의 해외 판매 성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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