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상사의 홍길동 인사팀장은 요즘 머리가 아프다.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이슈가 발생하여 조사를 위해 피신고인을 대기발령 조치했는데, 피신고인이 대기발령이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대기발령으로 인해 급여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며 지방노동관서에 고소도 했기 때문이다.
대기발령은 근로자가 현재의 직위 또는 직무를 장래에 계속 담당하게 되면 업무상 장애 등이 예상되는 경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86246 판결 등). 대기발령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하여서 판단하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인데, 그러한 법리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근거하는 것인지, 아니면 민법상 신의칙에 근거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민법상 신의칙에 근거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실무적으로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근거한 것으로 본다. 즉,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필요성을 비교형량하여야 한다는 대기발령의 정당성 판단기준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대기발령에 적용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는 인사명령은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이고, 여기에 대기발령의 이름은 없다. 대기발령이 기타 징벌인지 여부가 의문이 들 수 있으나, 판례는 대기발령은 근로자의 과거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 징계와는 성질이 다르다고 하면서, 대기발령이 징벌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판례는 대기발령은 휴직의 일종이라고 보면서(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2다12870 판결), 대기발령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있음을 긍정하고 있다.
문제는 판례가 휴직과 휴업도 구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판례는 ‘휴직’은 어떤 근로자를 그 직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 그 근로자의 지위를 그대로 두면서 일정한 기간 그 직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사용자의 처분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근로기준법상 ‘휴업’에는 개개의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데도 그 의사에 반하여 취업이 거부되거나 불가능하게 된 경우도 포함되므로 ‘휴업’은 ‘휴직’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46조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휴직의 경우에도 휴업수당을 지급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판례는 이를 긍정하면서 더 나아가 “사용자가 자신의 귀책사유에 해당하는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개별 근로자들에 대하여 대기발령을 하였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에서 정한 휴업을 실시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사용자는 그 근로자들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2다12870 판결). 즉 대기발령→휴직→휴업 순으로 논리를 전개하여 이를 모두 동일한 법률행위로 평가하면서, 결국 대기발령의 경우도 휴업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사업장 단위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휴업과 개별 근로자 단위로 이루어지는 휴직을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더 나아가 과연 대기발령이 휴직과 그 실질이 같은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 판례가 단순히 근로자가 사용자의 인사명령에 의해 일을 하지 않고 쉬는 상태를 모두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대기발령에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례의 결론에 따르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휴업수당 지급요건인 사용자의 귀책사유의 의미와 관련해 판례는, “사용자가 기업의 경영자로서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모든 사유”(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2다12870 판결 등)라고 매우 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 하에 판례는, 중대재해 발생으로 인한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명령에 따라 휴업한 경우(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18. 12. 10. 선고 2018고정265 판결),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감소하여 휴업한 경우(청주지방법원 2022. 12. 26. 선고 2021가합67 판결), 사업장에 화재가 발생하여 휴업한 경우(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3. 12. 5. 선고 2023가단53437 판결) 등에 대해서도 모두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이라고 판단하였다. 휴업수당의 취지가 근로자 보호에 있다는 점에 터잡아 불가항력의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는 것이다.
재결례와 행정해석도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는 불가항력적이 아닌 경우로서 사용자의 세력범위 내에서 발생한 경영장애로 인하여 근로자로부터 근로의 제공을 받을 수 없게 된 경우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중앙노동위원회 중앙2018휴업1, 2018. 8. 10., 근로기준정책과-1096, 2022. 4. 4.), 판례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귀책사유를 매우 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무에서는 근로기준법 제46조 제2항(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에 못 미치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에 따라 노동위원회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무조건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하여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법리는 대기발령에 있어서는 매우 부당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대기발령의 경우에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사정으로 이루어지는 휴업과는 달리,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매개되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기발령이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겠으나,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까지 사용자의 귀책사유를 폭넓게 인정하여 무조건 휴업수당에 상당하는 급여를 지급하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대기발령에 대해 사용자가 귀책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휴업수당 지급을 부정한 사례도 있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20. 선고 2021가합519545 판결), 아직도 많은 판결(예를 들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4. 2. 2. 선고 2018가합403955 판결)에서는 휴업수당에 관한 법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대기발령에 대해서도 휴업수당을 지급하라고 하고 있다.
대기발령에 대해 휴업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의 타당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대기발령에 대해 휴업수당을 지급하라고 하는 판례의 태도를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휴업수당에 관한 법리가 대기발령에 대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휴업수당의 지급 요건인 '사용자의 귀책사유'를 휴업과는 달리 대기발령에 있어서는 엄격하게 인정해야 할 것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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