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SK온의 반전…전고체 배터리 연구, 유명 학술지 게재

입력 2025-01-13 13:58   수정 2025-01-13 14:02

SK온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관해 연구한 결과물이 국제 학술지에 연달아 게재됐다고 13일 발표했다. 국내 3사 가운데선 후발주자이지만,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제조 공정과 소재 혁신을 이뤄 차세대 배터리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대표적인 논문은 SK온과 김진호 한국세라믹기술원 박사 연구팀이 함께 연구한 ‘초고속 광(光)소결 기술을 적용한 고분자-산화물 복합계 전고체 배터리 제조 공정 고도화’다. 강한 빛 에너지를 가해 입자의 결합을 촉진시키는 광소결 기술은 통상 인쇄 회로 기판 공정에 쓰인다. 이를 배터리 제조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연구라는 게 회사 측 평가다. 이 논문은 저명한 에너지·화학 학술지인 ACS에너지레터스에 표지로 실렸다. 논문 저자 9명 중 6명이 SK온 직원이다.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안정성을 크게 높여 전기차·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전고체 소재는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로 나뉜다. 이 가운데 산화물계 소재는 1000도 이상에서 10시간 이상 열처리 공정을 거쳐야 한다. 그만큼 제조 원가가 높고, 재료가 갑자기 파괴되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SK온 연구에 따르면 광소결을 이용하면 수초간 저온으로 소재를 열처리할 수 있다. 산화물 내부에 고분자 전해질을 포함하는 고분자-산화물 복합 전해질을 구현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SK온은 망간 비중이 높은 ‘망간리치(LMRO)’ 양극재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분석해냈다. SK온과 이규태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연구한 해당 논문은 지난달 에너지 소재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에너지머티리얼스’의 표지에 실렸다.

LMRO 양극재는 니켈, 코발트 비중을 줄이고 저렴한 망간 비율을 높여 원가가 저렴하다. 하지만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에 적용하면 가스 발생, 전압 강하, 용량 감소 등의 난제가 발생한다. SK온은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배터리를 충·방전하던 중 LMRO 양극재에서 발생한 산소가 황화물계 전해질을 산화시키는 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산소를 줄이는 특수 코팅재를 적용해 배터리 수명을 개선하는 방법도 찾았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 전고체, 황화물계 전고체 등 두 종류를 개발 중이다. 각각 2027년, 2029년 시제품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또한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건설 중인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는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박기수 SK온 R&D본부장은 “차세대 배터리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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