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라디오를 듣고 컸고, 라디오가 갖는 매력이 너무 좋아요."
가수들의 가수이자 스승인 윤상, 이상순, 이현이 입을 모아 라디오를 예찬했다.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진행된 MBC 라디오 신입 DJ 간담회에 MBC FM4U '완벽한 하루 이상순입니다' 이상순, '오늘 아침 윤상입니다' 윤상, '친한친구 이현입니다' 이현이 참석했다.
'완벽한 하루 이상순입니다'는 바쁜 오후의 일상, 커피 한 잔의 여유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전한다는 콘셉트다. 이상순은 지난해 11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해 매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책임지고 있다.
이상순은 1998년 퓨전재즈 그룹 웨이브로 데뷔한 후 모던 록 그룹 롤러코스터, 김동률과 함께한 베란다 프로젝트, 여러 뮤지션과의 협업 등 다양한 음악 활동을 펼쳐왔다. '놀면 뭐하니?', '효리네 민박' 등 예능을 통해 친근한 대중적 이미지를 쌓았고, 여러 차례 '배철수의 음악캠프' 스페셜 DJ를 완벽히 소화해 이번에 정식 DJ로 낙점됐다.
듣기 편한 음악과 함께 가볍고 따뜻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청취자들에게 평온한 오후를 선물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상순은 "이제 서울에 온 지 3개월 정도 됐다"며 "9월에 서울로 왔고, 11월부터 매일 MBC로 출근하는데, 제주도와 달리 매일 나가는 상황이 즐겁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어릴 때부터 라디오라는 매체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며 "라디오를 듣고 자란 세대로서, 제가 라디오를 맡고 있다는 거 자체가 기쁘고, 이 기회를 잘 잡아서 다른 선배님들처럼 오랫동안 즐겁게 라디오를 진행하고 싶다는 마음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순은 '이효리의 남편'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이상순은 이효리의 반응에 대해 "'배철수의 음악캠프' 스페셜 DJ를 하는 걸 듣고 '좋다'며 'DJ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서 제가 DJ를 한다고 하니 응원하고 있다"며 "다만 제가 매일 나간다는 점, 제가 나가는 동안 집에서 밥을 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상순은 또 "이전과 달리 책임감도 느껴지고,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다"며 "많은 분이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에 부응하고자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상순은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로 현빈과 한석규를 꼽았다. 이상순은 "전에 현빈 씨를 모시고 싶다고 했는데, 오늘 현빈 씨가 오기로 했다"며 "그래서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한석규 씨는 제가 좋아하는 화법"이라며 "그분의 취향이 궁금하고, 어떤 음악을 듣는지 궁금해서 모셔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이전보다 라디오 붐이 많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많은 분이 사랑해주고 계셨다"며 "음악이라는 라디오 본질에 포커스를 맞춰서 청취자에게 다가가길 바랐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음악을 알아가고, 청취자들의 취향을 공유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완벽한 하루 이상순입니다' 연출 황종현 PD는 "이상순 씨는 숨겨진 매력이 많은 DJ"라며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그걸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윤상은 지난달 23일 처음 방송된 '오늘 아침 윤상입니다'를 통해 오랜 음악 경력과 라디오 DJ 경험을 바탕으로 청취자들과 깊이 있는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별의 그늘', '가려진 시간 사이로' 등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킨 윤상은 러블리즈의 'Ah-Choo', 아이유의 '나만 몰랐던 이야기' 등 국내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물론, 영화와 드라마 음악까지 넘나들며 음악적 역량을 입증해 왔다. 특히 전자음악을 결합한 그의 독창적인 사운드는 세대를 초월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최근에는 '서울라이트 DDP 2024'의 음악감독을 맡아 추상미술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작품을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2002년 '윤상의 음악살롱'을 끝으로 MBC 라디오를 떠난 그는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음악 디렉터와 진행자로 활동했는데, 이번 복귀를 통해 다시 한번 감각적인 음악 선곡과 따뜻한 소통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오늘 아침, 윤상입니다' 연출 송명석 PD는 "윤상 씨가 22년 만에 복귀해 기대받았다"며 "일상과 위로, 음악에 집중하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고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어 "뮤지션들의 뮤지션인 윤상 씨가 진행하기 때문에 좋은 노래,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제3세계 음악까지 소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윤상은 "22년 만에 MBC에 DJ 복귀한다"며 "제가 오랫동안 MBC 오전에 '음악살롱'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가며 떠나게 됐다. 그 후 두 아이 아빠가 돼 다시 돌아오니 먼 길을 돌아 집에 온 기분"이라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정재형 씨가 12년간 '오늘 아침'을 진행해주셨는데, 물리적으로 누군가 나가고 그 자리를 제가 메운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바통을 넘겨받게 된 것"이라며 "저에게 섭섭함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22년 전에 3년 동안 청취자를 만났던 사람이었으니 반가운 마음으로 맞아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상은 그룹 라이즈의 앤톤 아버지로도 유명하다.
윤상은 "공식적으로 라이즈가 라디오 게스트 경험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다른 곳에서 게스트 테이프를 끊는다면 섭섭할 거 같고, 당연히 게스트를 한다면 '오늘 아침'에서 했으면 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제가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는 밴드들"이라며 "밴드 음악회를 열어 함께 상생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상은 라디오에 대해 "저에겐 음악 선생님"이라며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라디오 복귀에도 "이 매체가 바뀌었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라며 "저는 LP로 음악을 틀었던 시기부터 시작해서 디지털까지 경험했지만, 라디오가 사소한 일상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더라. 다른 매체에서 소화할 수 없는, 50여년 동안 변하지 않는 패턴이 있어 다른 미디어가 나왔다 사라져도 그 기능을 지키고 있는 거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옥이 좋아지고, 식당은 좋아졌지만, 라디오 자체의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전의 DJ였던) 정재형 씨를 사랑해주셨던 분들에 더해 플러스 알파가 되도록 하고 싶다"는 솔직한 포부를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현은 지난 11월 '친한친구'로 DJ에 도전장을 내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청취자와 소통하고 있다. 이현은 K-POP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특유의 따뜻하고 진솔한 진행으로 K-POP 팬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는 평이다.
'친한친구 이현입니다' 연출하는 최지현 PD는 "K팝 아이돌이 나와 뭐든 얘기하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 한다"며 "그런 지향점에서 '현디' 이현 씨가 적임이라 생각했다. 무서운 선생님이기도 하고, 동네 형같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이 정상으로 갈 때까지 옆에서 지켜본 당사자로서 누가 나오든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그의 능력을 치켜세웠다.
특히 11월 25일 첫 방송부터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이 게스트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이날 방송에서 제이홉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음악적 여정과 경험, 그리고 이현과의 우정을 바탕으로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현은 "'이게 되나?' 했는데 된 것"이라며 "미국에서 바쁘게 스케줄을 소화 중이었고, 군 복무가 끝난 친구 중에 응원을 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흔쾌히 와준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첫 게스트가 제이홉이라 굉장히 부담스러웠다"며 "대스타이기도 하지만 제 회사 후배이기도 하기에 제가 뭔가 능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비가 오는 와중에 많은 팬이 찾아주셨다"며 "그래도 제이홉 씨가 와주셔서 긴장하지 않고, 첫 방송을 끝냈다. 아마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차례차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여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현은 방탄소년단 완전체와 함께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로 서태지를 꼽았다. 이현은 "우리가 추구하는 프로그램이 K팝과 친해진다는 콘셉트"라며 "그래서 서태지 선배가 나와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기가 맞다면, 방탄소년단 완전체가 컴백하는 때 서태지 선배가 나와주신다면 역사적인 순간이 될 수 있겠다는 큰 희망을 꿈꿔본다"며 "사랑합니다, 태지 선배님"이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DJ로서의 목표도 게스트들이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은 "게스트들이 나오고 싶고, 편안함을 느끼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며 "DJ랑 소통할 때 거리낌 없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프로그램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또 "지금은 완벽하진 않지만 키워가는 재미가 있는 DJ 이현"이라며 "매일이 아니더라도 가끔 찾아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MBC 라디오 FM4U는 수도권 91.9MHz 및 MBC 라디오 애플리케이션 '미니(mini)'를 통해서도 청취할 수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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