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간송미술관 개관에 이어 대구미술관의 부속동이 개관해 전시공간이 확대되는 등 대구미술이 제2의 도약 시대를 맞았다.
대구미술관(관장 노중기)은 14일 그동안 예식장으로 사용되던 곳을 부속동으로 개관한다고 13일 발표했다. 부속동 개관기념으로 소장품 하이라이트 ‘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영원히 계속된다’와 상설전 ‘대구 근대회화 흐름’ 등 2개의 전시와 ‘보이는 수장고’ 등을 신설 운영한다. 개관식은 13일 오후 5시에 열린다.
2011년 개관 이후 어미홀, 1~5전시실 등 본동(지하 1층~지상 3층) 체제로 운영해 온 대구미술관은 2025년 보이는 수장고, 6전시실, 교육실 등을 포함한 부속동(지하 1층~지상 2층)을 개관해 본동과 연결하고, 연면적 2만 1701㎡(본동 1만 7240㎡, 부속동 4461㎡) 규모의 미술관으로 확대·운영한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지난 2022년 부속동을 확보하고, 시비 총 56억 원을 투입해 2023년부터 실시설계, 전시시설 설치 용역 등을 시작했다.
2024년 3월부터 본격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추진해 11월 완료했으며, 12월 시운전을 거쳐 올해 1월 대구미술관 부속동을 개관한다.
‘보이는 수장고’는 대구미술관 부속동 2층에 위치한다. 전시부와 격납부로 구성된 수장고는 투명 유리창을 통해 소장품 관람이 가능하며, 폐쇄적인 형태의 수장고를 벗어나, ‘수장’과 ‘전시’ 기능을 아우른다.
보이는 수장고는 2010년 전후 세계의 선도적 뮤지엄이 구축하고 있는 수장 시스템으로, 국내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대표적이다.
기존 수장고가 전문가 중심의 폐쇄적이고 선별적인 운영 체계를 가지고 있다면, 보이는 수장고는 관람객이 주도적으로 관찰하고 발견하는 개방적 요소가 특징적이다.
대구미술관 전시부에는 미스터 ‘스트로베리 보이스(Strawberry Voice)’(2007), 키키 스미스 ‘메두사’(2003) 등 대표 소장선 12점을 전시하고, 격납부에는 최정화 ‘연금술’(2013), 이수경 ‘번역된 도자기’(2014) 등 대형 조각 작품을 설치했다.
개방형으로 운영되는 만큼, 온·습도 및 조도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조각·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기존 주제 전시가 포괄하기 어려웠던 시대별, 유형별 소장품을 순차적으로 소개해, 향후 수장고 투어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부속동 2층 6전시실에서는 신소장품을 중심으로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소장품 하이라이트전 ‘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영원히 계속된다’를 전시한다.
전시명 “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영원히 계속된다”는 소장 작가 중 한 명인 미야지마 타츠오(Tatsuo MIYAJIMA)의 작품세계에 근간을 이루는 개념으로, 물질 간의 상호작용, 우주와 생명의 시작, 대화와 연결 등을 내포한다. 이는 우주 안의 모든 물질의 관계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전시 의도와 잘 연결돼 있다.
‘자연과 시간’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춘 이번 전시는 우리의 자각과 성찰이 작품에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살펴보고, 인간과 자연, 자연과 물질 등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의 경계에서 벗어나, 모든 물질을 수평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존재로 제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 전시는 소장품 조사·연구를 통해 주제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대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시간 개념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알리시아 크바데, 물질과 물질의 관계, 물질이 놓인 공간이 맺는 관계의 확장을 보여주는 ▲이우환, 인간 중심적 사고를 배제한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 나아가 우주의 힘을 느끼게 하는 ▲권부문, 생물과 기술의 통섭을 시각화하여 생존의 의미를 탐구하는 ▲아니카 이, 수묵의 힘찬 필력으로 자연을 상징하는 대나무의 강인한 생명력과 기운의 변화를 보여주는 ▲서근섭의 작품을 전시한다.
또한 ‘걷기’라는 행위로 얻은 자연물을 통해 자연의 근원적인 순환의 질서를 보여주는 ▲리처드 롱, 인간의 장기와 식물의 이미지를 중첩해 유기적인 관계성을 보여주는 ▲정용국, 불교 사상과 동양 철학을 바탕으로 명상적이고 철학적인 정신을 나타내는 ▲곽훈, 친숙한 사물에 변화를 가하여 인간의 관념을 흔드는 ▲비아 레반도프스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과 공간, 사람들의 연결을 시도하는 ▲미야지마 타츠오의 작품 등 소장작가 10명의 작품 15점을 소개한다.
본동 2층 4~5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대구 근대회화의 흐름’은 한국 근대사 과정에서 대구 화단의 전개를 통시적으로 조망한다. 대구 근대미술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회화를 중심으로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주요 작품을 미술 아카이브와 함께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대구미술관 첫 상설전으로 소장품 70여 점을 출품하여 대구 근대미술에 대한 시민
들의 갈증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시는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근대 이행기의 대구화단’에서는 1920년대 대구 근대
화단의 발흥을, ▲2부 ‘조선미술전람회와 향토회’에서는 1930년 향토회를 중심으로 대구 근대화단의 전개를, ▲3부 ‘지역 간 화풍 교류의 시대’는 1940년대 피난 등을 통한 화풍의 다원화를, ▲4부 ‘탈자연주의의 등장’은 앵포르멜, 표현주의 등 전후 새로운 경향을 소장품을 통해 소개한다.
교육 공간 확보에 따라 개방감 있는 열린 공간에서 ▲지역 특성화 교육, ▲유관기관 연계 창의 활동 및 진로 체험, ▲전시 연계 대상별 열린 교육, ▲전시해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 다양한 주제·형식의 프로젝트와 전시·공간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다.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은 “본동과 부속동 연결은 대구미술관 제2의 개관을 상징한다”며 “앞으로도 소장품 조사와 연구 관련 신사업 발굴을 통해 소장품 활용률 제고에 힘쓰고, 다양한 교육 사업을 펼쳐 소통의 장, 미술 담론이 형성되는 사랑받는 미술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재성 대구광역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지난 10년간 예식장 등의 용도로 사용됐던 미술관 부속동이 시민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다”며 “대구미술관 부속동 개관과 대구간송미술관 상설전 개막 등 두 미술관의 새로운 시작은 대구를 대표하는 시각예술 클러스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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