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질의로 ‘스까요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김경진 전 국회의원. 정치 평론가로도 맹활약한 그는 최근 직업 하나를 더했다. 바로 ‘인공지능(AI) 전도사’다. 그가 건넨 국민의힘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명함에도 ‘AI자동화 컨설팅’과 ‘인공지능 강연’을 한다고 함께 적혀있다.
그는 지난 9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기자와 만나 “AI는 화이트칼라(사무직) 직장인들의 업무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동네 6070 어르신들도 쉽게 쓸 수 있는, 생활과 여행에서 내 삶의 질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이달 초 <AI생활, 매순간이 달라진다, 김경진의 AI생활 레시피북> 저서를 펴냈다. 책에서는 기술을 알려주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적절한 운동 추천하기’ ‘명품백 짝퉁여부 판별하기’ 등 어떻게 하면 생활에서 AI를 이용할 수 있는지 전략을 아주 세세하게 알려준다. 그는 요즘 챗GPT, 재미니, 클로드 등 6개 정도의 유료 툴을 쓰며 매월 20만원이 넘는 이용료를 낸다고 한다.
그가 고교 재학 때 이과생이었고, 국회의원 때도 상임위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로 정했을 만큼 정보기술통신(ICT)에 관심이 크다는 점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부친의 권유로 고려대 법대에 진학해 사법고시, 검사·변호사, 국회의원에 이르는 ‘문과생’의 궤적을 그렸다.
그랬던 그가 AI 기술의 세계로 몰입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4월 총선 낙선이었다. 그는 “아쉽고 화가 났던 마음을 달래고자 낙선 후 20일 만에 짐을 싸 홀로 해외여행을 떠났다”며 “석 달간 동남아시아부터 인도, 네팔을 거쳐 중앙아시아, 동유럽에 이르는 여행길에서 챗GPT와 클로드의 놀라운 능력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13개국을 거치며 영어 외에도 30여개의 외국어를 맞닥드릴 때마다 이들 도구는 ‘나만의 만능 가이드’ 가 되어 줬다. 그는 “소득 수준이 2000달러 정도로 크게 낮은 후진국조차 왠만큼 4세대 이동통신(LTE)가 깔려있을 만큼 인터넷은 전 세계에 발달해 있어 AI툴을 쓰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여행으로 두 가지 소득을 얻었다. 낙선 후 가졌던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냄은 물론,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여행을 했던 경험을 당장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열정이 생겼다. 한달 만에 ‘AI 로 여행하기’ 를 주제로 원고를 써 친하게 지내던 출판사에 달려갔다. 출판사에선 ‘전반적인 실생활로 더 넓혀 보자’고 수정 제안하면서 지금의 책이 나왔다.
정치인으로서 다져진 소통능력을 무기삼아 다양한 연령층의 AI 강의를 다녔다. 보험 모집인, 동네 노인정, 주부 모임 등 가리지 않았다. 정치 얘기는 쏙 빼고 AI 활용에만 집중한 강의를 했다. 그는 “강의 후 어르신들이 ‘대 소변을 사진 찍어 AI에 건강상태를 진단했다’ 거나 ‘손주에게 쓸 편지를 쓰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피드백 문자를 받으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태블릿PC 캘린더에는 주 3회 이상 AI강연 일정이 적혀 있었다.
두 번째 저서 <AI로 사회 문제 해결하기(가제)>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할 수 있는 예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는 “AI는 사람과 공동체의 능력을 20~50% 신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가령 인구소멸 현상이 심한 지방에는 외국인이 유입돼 다문화 가정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데 LLM을 통해 언어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에게도 LLM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다문화 가족의 경우는 언어소통 문제로 갈등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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