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가입자 증가세가 꺾였다. 대형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한 건수가 1년 만에 5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한 사용자는 37만7432만 명이다. 전년 80만896명보다 53% 감소했다. 이 통계는 알뜰폰에서 통신사로 이동한 가입자를 빼고 계산한 순증 인원 기준이다.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두 명이 이동하고, 알뜰폰에서 통신사로 한 명이 움직이면 한 명이 늘어난 것으로 계산한다. 지난해 10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됐던 알뜰폰 가입자 수는 950만명 선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알뜰폰으로 통신 요금제를 갈아탄 이들의 순증 규모가 줄어든 데엔 통신 3사의 저가 요금제 출시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월 3만원대 이용 가능한 5세대 이동통신(5G)를 잇따라 내놨다. 이와 연계한 로밍 요금제 혜택을 강화하고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키웠다. 통신 3사는 5G 요금제보다 비싼 LTE 요금제도 정리하고 있다. 지난 2일 KT가 LTE 요금제 46종에 대한 신규 가입을 중단한 데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다음 달 일부 LTE 요금제의 가입을 중단할 예정이다.
알뜰폰 업체들로선 오는 3월 30일부터 정부를 거치지 않고 도매대가 협상을 통신 3사와 직접 해야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간 면제됐던 전파사용료도 올해엔 사용료의 20%를, 내년엔 50%, 2027년엔 전부를 납부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6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로 통신 3사의 지원금 상한이 사라지면 알뜰폰의 매력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 진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통신 3사와 대기업 계열 알뜰폰의 시장 점유율은 60%로 제한될 예정이다. 이미 이들 업체의 점유율이 52%에 달해 다른 대기업으로선 알뜰폰 시장 진출 유인이 줄어들게 됐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예정이었던 알뜰폰 서비스 출시를 연기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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