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수혜주라더니"…현대차·기아에 찬물 끼얹는 '악재' 뭐길래

입력 2025-01-13 16:55   수정 2025-01-13 17:10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주로 꼽히던 완성차 업체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눈높이가 낮춰지고 있다. 환율 수혜로 인한 긍정적 효과보다 판매보증충당금 증가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13일 현대차는 2.65% 하락한 22만원, 기아는 0.19% 빠진 10만5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조6611억원으로 집계됐다. 1개월 전 3조7454억원에서 2.25% 낮아졌다. 기아 역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사이 1.95% 하향됐다.

자동차 업종은 고환율 국면에서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큰 만큼 원화로 환산한 영업이익이 더 증가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인 환율 급등으로 판매보증충당금 부채가 더 커져 오히려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판매보증충당금은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를 팔면서 제공하는 무상 보증 및 수리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판매 시점에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통상 달러로 적립하는 만큼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적립해야하는 원화 기준 충당금 규모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통상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환산한 판매대금도 늘어나 판매보증금충당금 상승을 상쇄한다. 그러나 지난해는 환율이 급등하던 12월 완성차 판매 실적이 10~11월 대비 줄어들어 환율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대차의 작년 4분기 해외 판매실적은 10월 30만6509대, 11월 29만2559대, 12월 26만8736대였다. 기아도 해외 판매실적이 10월 21만7901대, 11월 21만3835대, 12월 19만3887로 12월이 비교적 낮았다.

조희승 iM증권 연구원은 "분기말 환율로 원화 환산을 하기 때문에 12월 환율 급등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환율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던 12월에 미국 판매 비중이 감소해 환율 상승의 긍정적 효과를 누리기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가 작년 4분기 증가한 판매보증충당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판매보증충당금이 약 6400억원, DB금융투자는 8000억원, 하나증권은 7000억원으로 제시했다. 기아 역시 이와 비슷한 5000억~6000억원 사이의 판매보증금충당금을 적립하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4분기에만 157원 상승하면서 판관비용으로 반영되는 판매보증충당부채 비용이 현대차는 7000억원, 기아는 6000억원 늘어날 것"이라며 "4분기 실적도 충당부채 비용이 반영되면서 기존 추정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환율이 현재 수준보다 낮아진다면 추가 적립한 충당금이 다시 환입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1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현재 수준의 고환율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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