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을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위상을 격상시키고 AI 연구개발비에 관한 세액공제율을 최대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AI 가동에 필요한 전력 수요 급증에 미리 대응하는 차원에서 핵융합과 SMR(소형모듈원전) 등 차세대 원전을 개발할 산학연 협력 팀을 대규모로 조성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5년 업무계획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했다.
AI 주무부처로서 최근 AI 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관련 인프라를 신속하게 구축할 방침이다. AI컴퓨팅인프라 종합대책을 1분기 중 마련하고 딥페이크 워터마크 등 후속제도를 설계 시행한다. 1조원 규모의 범용 AI 개발사업을 기획해 내년부터 7년간 추진하기로 했다. NPU, PIM 등 저저력 AI반도체 핵심기술 개발에 올해 1059억원을 투입한다. 리벨리온 NPU 등 국산 AI반도체에 특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구축하는 'K클라우드2.0' 사업엔 올해부터 2030년까지 4031억원을 배정했다. AI 전환(AX) 분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책펀드도 올해 8100억원 규모로 조성할 방침이다.
AI를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상향해 세액공제율을 최대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현재 조세특례제한법의 지원을 받는 기술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배터리, 백신, 미래형 이동수단, 수소, 바이오의약품 7대 분야 60여 개 기술이다. AI 없이는 반도체를 논할 수 없게 된 기술 융합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AI는 그동안 과기정통부 관할 국가전략기술육성특별법상 12대 전략기술의 일부였을 뿐 조세특례제한법상 혜택은 받지 못했다.
AI 다음의 지배적 기술로 꼽히는 양자 기술 육성을 위해 민관 합동 양자전략위원회를 곧 출범하고 양자 과학기술 및 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연내 마련한다.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 및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양자메모리 기반 양자 인터넷 개발 및 양자기기 간 연결 실증, 양자 센서 개발 등을 목표로 잡았다.
AI와 양자 시대 폭증할 전력 수요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차세대 원전과 핵융합 개발에 속도를 낸다.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과 핵융합 등 미래 에너지 개발 관련 산학연 협의체를 대규모로 출범할 계획이다.
AI, 양자와 함께 3대 게임체인저로 정부가 꼽은 바이오 기술 새판짜기에도 나선다. 전근대적인 반복 실험 관행에서 벗어나 AI와 데이터 기반 무인 실험실 등을 지향하는 'AI 바이오 혁신전략'을 상반기 내 수립해 발표한다. 바이오 신약 개발 인프라인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도 나선다. 올해부터 5년간 공공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 1263억원을 투입한다.
R&D 성과가 대학이나 연구소에 머물지 않고 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범부처 기술사업화 민관 협의체를 새로 발족한다.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 부처를 모두 모아 기업과 연결 통로를 만드는 게 골자다. 기술사업화는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올 1분기 내 관계부처 합동 '국가 R&D 기술사업화 전략'을 수립해 발표한다. 불확실성이 높고 실패 확률이 크지만 성공할 경우 큰 부가가치가 예상되는 R&D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의 한계도전 R&D, 복지부의 한국형 ARPA(고등연구계획국)-H, 산자부의 알키미스트 등 '혁신도전형 R&D'를 올해 1조원 규모로 추진한다.
연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적극행정 차원에서 과기정통부는 올해 예산 22.8조원 가운데 76.3%인 17.4조원을 상반기 내 집행하기로 했다. 신진연구, 세종과학펠로십 등 개인 기초연구 R&D 예산 4963억원은 1분기 내 전액 집행한다. 과기정통부 예산 포함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에 근접한 약 30조원의 R&D 예산을 편성했다. 개인 기초연구 지원 규모 역시 약 3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저렴한 요금의 알뜰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도매대가 대폭 인하 등을 골자로 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한다. 통합요금제, 최적요금제 등 통신비 인하를 골자로 한 대책도 서둘러 내놓기로 했다.
이와함께 곧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와 기술 안보 공조를 위한 고위급 채널을 가동하기로 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우주 국방 기술, 차세대 원전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 핵융합 등이 논의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주도하고 아시아태평양 주요국을 참여시키는 '환태평양 연구협력 이니셔티브'도 기획 단계다. 과기정통부는 외교부와 함께 해외 우수과학자를 유입하고 재외공관과 해외 R&D 협력 네트워크를 넓히는 '과학기술 외교 이니셔티브'를 상반기 내 수립한다. '과학기술 국제협력 촉진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유 장관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단단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미래를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어려운 민생을 지원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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