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지난 12월 여러 큰 사건이 있고 나서 회식이 하나도 없어서 힘들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팩트 확인도 없이 이런 글이 온라인상에 올라가 속상했죠."
13일 오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인근의 한 한식당에서 만난 점주 김주현(51) 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 이후 서울 여의도 일대에 운집한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별점 테러'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해당 식당은 집회 이전부터 군인, 경찰을 대상으로 할인 정책을 펼쳤던 곳인데, '점주가 대통령 탄핵을 반대해 집회 이후 군·경 대상으로 할인 판매를 시작한 매장'이라는 오해가 불거졌다.
잘못된 정보가 담긴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포털의 식당 리뷰에도 별점 테러가 쏟아졌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에 별점 테러를 하는 행위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매장을 오픈한 지 1년가량 됐다는 김 씨는 "근처에 국회도 있고 당사도 있으니까 경찰들이 자주 식사하러 온다"며 "이분들 식사비가 1만원으로 제한돼 있는데, 저희는 1만1000원인 메뉴도 판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주변에도 군인, 경찰 할인하는 매장이 더러 있길래 '고생들 하시는데 우리도 따뜻한 음식 대접해드리자'는 생각으로 오픈 초기부터 1만1000원 메뉴를 1만원에 판매한다는 포스터스탠드(POP)를 설치한 것뿐"이라며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된 포스터에 대해 해명했다.
김 씨의 취지와 달리, 해당 매장은 현재 악성 리뷰로 고통받고 있다. 이 식당의 카카오맵 리뷰에는 1점대의 별점과 함께 "시위하다가 발견한 곳. 경찰과 군인만 환영하고 할인해줌! 안 먹길 잘했어요", "군경한테 많이 파세요", "방문 방지용 기록"이라는 등 음식의 맛과 무관한 비방글이 게재돼있다.
한경닷컴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같은 군경 할인은 김 씨의 식당이 위치한 골목 일대에서 이미 문화로 자리 잡은 상태였다. 인근 식당에서도 '군인·경찰 할인 제공' 입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집회 당시 시민분들께 무료 핫팩 200개도 제공하고 매장이 있는 건물 지하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었다"며 군경 할인의 취지가 왜곡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억울한 사연이 매장 단골을 통해 퍼져나가며 최근 응원하는 리뷰도 새롭게 작성됐다"면서도 "이제 와서 허위 사실을 쓰신 분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지만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예컨대 카카오맵은 누구나 자유롭게 특정 식당에 대한 의견을 게시할 수 있다. 관계자는 "음식에 대한 리뷰뿐 아니라 임시휴업 정보, 주차 또는 예약 방법 등 다른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더욱 쉽게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김 씨와 같은 억울한 사연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지는 못한다. 이와 관련, 식당 리뷰 기능을 제공하는 카카오맵과 네이버플레이스 측은 "매장 점주 마음대로 리뷰 삭제를 진행할 수는 없으나 매장 서비스의 본질을 흐리는 리뷰를 발견할 경우 별도의 신고 창구를 통해 삭제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카카오맵 관계자는 "매장 리뷰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매장 음식이나 서비스와 무관한 이유로 악성 리뷰를 게재할 경우 법적 처벌도 받을 수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한 음식점 점주가 인신공격적 표현이 포함된 식당 리뷰를 고소하자, 리뷰 작성자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법원의 판결이 있다.
법알못 자문단인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나 심각할 정도로 개인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형법 307조 명예훼손죄, 형법 313조 신용훼손죄, 형법 314조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허위 사실을 작성했다는 점이 명백해야 하는 등 구체적 내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사실이더라도 명예를 훼손할 수준의 댓글을 작성할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형/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