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용으로 좋아요"…플라스틱 대체하는 종이 포장의 반란

입력 2025-01-13 16:48   수정 2025-01-13 16:58

신세계L&B는 지난해 9월부터 국내 와인업계 최초로 100% 재활용·생분해 가능한 ‘와인앤모어 친환경 펄프 포장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신세계 L&B 관계자는 “펄프 특유의 자연스러운 질감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덕분에 선물용으로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와인 포장용기는 무림P&P의 펄프몰드 제품이다.

구미 설명한의원의 한약 봉지는 다른 한의원 것과 차이가 난다. 이 한의원에서는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종이포장재에 한약을 담는다. 안지명 설명한의원 원장은 “친환경 소재일뿐 아니라 종이의 부드러운 질감을 소비자들이 선호해 꾸준히 쓰고 있다”고 했다.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제지업계가 친환경 기술을 무기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탈(脫) 플라스틱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재활용이 뛰어난 종이의 가치가 주목받자 친환경 신소재를 주력 분야로 키우는 전략이다. 한솔제지 프로테고·테라바스, 무림 펄프몰드, 한국제지 그린실드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사들이 주도하는 만큼 성능도 매년 향상되고 있다.

한솔제지 프로테고는 파우치 음료, 마스크팩 등 50여 가지 품목에 쓰인다. 폴리에틸렌(PE) 코팅을 하지 않아 생분해되는 테라바스는 밀키트 용기로도 사용된다. 무림 펄프몰드는 재활용과 생분해가 가능할 뿐 아니라 기름과 수분을 차단하는 내유성·내수성도 갖춰 교촌치킨박스에 활용된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친환경 종이·펄프 포장재는 출시 초기인 2020년과 비교해 최근 수요가 평균 4~5배 증가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패키징기술센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포장산업 시장 규모는 60조원 정도다. 포장산업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지만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종이 포장재의 지위는 아직 낮은 편이다. 아직은 플라스틱 제품보다 비싸 기업들이 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제지업계에서는 “유럽보다 플라스틱 관련 규제가 소극적인 것도 영향을 끼친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 등은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 규제를 높이고 있다. EU 의회는 지난해 4월 ‘포장재 및 포장 폐기물 규정 합의안’(PPWR)을 통과시켰다. 이 안에 따르면 유럽은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 감축을 의무화하고, 과일·채소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등을 2030년부터 전면 금지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2022년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시행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회용품이란 규정 범위가 너무 넓고 구체적인 감축 전략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22년 11월 환경부가 종이컵,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 등 특정 품목들을 콕집어 규제하겠다는 정책을 내놨지만 2023년 11월 시행 직전 의무화를 철회하면서 이마저도 유명무실해졌다.

미래 세대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종이 포장재 도입과 관련한 정책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윤혜정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는 “우리 정부의 탈플라스틱 정책은 폐기물 관리나 플라스틱 재활용 전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자원순환 관점에서 생분해플라스틱보다 종이가 플라스틱 저감 정책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제지업계에 개발비 지원 등 정책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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