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에…착공 늦춰지는 리모델링 단지

입력 2025-01-13 17:12   수정 2025-01-14 00:47

공사비 인상 여파로 서울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2년 넘게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최근에서야 착공한 단지도 등장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성이 낮아 한번 공사비 인상 이슈가 덮치면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 공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재건축 사업처럼 공사비를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답극동, 이주 2년 만에 착공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답십리동 신답극동아파트는 지난달 23일 착공 승인을 받았다. 이 단지는 2022년 11월 이주를 마쳤지만 2년여간 착공이 미뤄졌다. 그 과정에서 조합은 이주비 대출 이자만 계속해서 내야 했다.

공사비를 두고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을 좁히지 못한 게 문제였다. 당초 조합은 2023년 5월 쌍용건설과 3.3㎡당 공사비 660만원으로 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쌍용건설이 3.3㎡당 870만원까지 증액해달라고 요구했다. 조합과 시공사는 긴 협상 끝에 3.3㎡당 840만원으로 증액했고, 조만간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2006년 조합을 설립한 이촌동 이촌현대는 2022년 8월 공사에 들어갔다가 한 차례 작업이 중단됐다. 지하 공사 등 인허가 지연이 계속된 사이 시공사가 3.3㎡당 542만원으로 책정된 공사비를 926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해 갈등이 이어졌다. 조합은 연대보증을 통한 대출 연장이 필요해지자 롯데건설에 추가 연대보증을 요구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공사비와 기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급보증을 할 순 없다는 쪽이었다. 결국 조합과 시공사는 3.3㎡당 853만원(마감재 업그레이드 포함)에 협의해 갈등을 봉합했다.
리모델링도 공사비 검증 움직임
업계에선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낮은 리모델링은 인건비·자재비가 오르면 공사비를 증액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리모델링은 일반적으로 재건축·재개발보다 공사비가 많이 든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3.3㎡당 전국 리모델링 평균 공사비는 2022년 686만원, 2023년엔 771만원이었다. 3.3㎡당 전국 재건축·재개발 평균 공사비는 2022년 606만원, 2023년 687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청담동 ‘에테르노 청담’ 인근에 있는 청담건영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해 시공사 GS건설과 공사비를 3.3㎡당 687만원에서 1137만원으로 증액했다. 역대 리모델링 사업 중 최대 금액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리모델링 방식인 수평증축은 가구 수가 거의 늘지 않아 재건축처럼 분양을 통해 사업성을 높일 여지가 적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공사비 적정선을 검증할 방안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공사비 검증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리모델링 주택조합도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한 후 공사비 증액이 일정 비율을 넘어설 때는 한국부동산원,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검증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한 의원은 “전문기관의 검증을 거쳐 공사비 증액 관련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날 발표한 올해 업무 계획에서 상반기 리모델링 절차 간소화, 공사비 검증 제도 마련 등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은정진/이인혁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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