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왼쪽 조감도)과 현대건설(오른쪽)이 조합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은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가 래미안보다 지역 시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18일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4차 합동 설명회를 연 뒤 조합원을 대상으로 시공사 선정 투표를 한다. 이번 대결은 공사비만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재개발 대어를 두고 건설업계 1, 2위가 맞붙어 관심을 끈다.
건설업계의 브랜드 전략이 정면으로 맞붙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물산은 GS건설의 자이와 더불어 단일 브랜드 래미안을 갖고 있다. 현대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보유하고 있다. DL이앤씨의 ‘아크로’, 롯데건설의 ‘르엘’ 등과 같이 멀티 브랜드 전략을 쓰고 있다.
삼성물산은 국내 최고가 단지 래미안 원베일리를 시공한 점을 강조한다. 2023년 8월 준공된 이 단지 전용면적 84㎡가 작년 8월 60억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원베일리의 한강 조망 프리미엄이 1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만큼 한남4구역 조합원 100%에게 한강 조망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가 래미안보다 동일 지역에서 랜드마크(대장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같은 지역 내 단지로 국한하면 디에이치 브랜드 파워가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113㎡는 작년 4월 36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같은 블록의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전용 107㎡는 신고가 44억5000만원(작년 6월)에 손바뀜했다. 비슷한 주택형임에도 디에이치 단지가 래미안보다 7억6000만원가량 비싸다. 반포동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 전용 105㎡는 신고가인 42억1500만원에 작년 8월 계약이 이뤄졌다. 바로 옆 단지인 ‘래미안 아이파크’ 전용 100㎡는 같은 해 10월 최고 41억원에 거래됐다.
업계에서는 동일 지역에서 브랜드 파워를 살펴봐야 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 업계 전문가는 “향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디에이치 클래스트)가 래미안 원베일리와 서초구 대표 아파트 자리를 다툴 것”이라며 “대형 건설사 간 브랜드 파워가 재건축 수주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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