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존’은 지구에서 가장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을 일컫는다. 이 개념은 장수 비결을 다룬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등장했는데,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건강한 식습관뿐 아니라 특정한 생활 습관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었다. 첫째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질 것, 둘째 꾸준한 신체활동과 충분한 수면을 취할 것, 마지막으로 사회적 교류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것이다. 이처럼 블루존 사람들의 장수 비결은 식습관뿐 아니라 전체적인 생활방식에 있다.
기업을 경영해보니 인간의 장수만큼이나 ‘기업의 장수’에도 큰 관심이 생겼다. 블루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장수 비결이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며 지역 사회와의 유대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것. 단순하지만 어려운 장수 비결이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코스닥 기업은 마치 깊이 뿌리 내린 나무와 같다. 하지만 세대를 이어 기업의 뿌리를 지키는 일은 마냥 쉽지만은 않다. 특히 가업승계 과정에서 마주하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은 기업의 장수에 큰 걸림돌이 된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경영권을 넘기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결국 창업자가 만든 기술과 가치를 온전히 다음 세대로 넘기지 못하고, 기업을 외부에 매각하거나 문을 닫는 경우를 보면 동료 경영자로서 참 아쉬운 마음이 든다.
다른 나라 장수 기업 사례를 보면 배울 점이 많고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독일은 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 기업이 가업승계를 통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세계 최다 히든챔피언과 백년기업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일본 역시 가업승계를 위한 특별법을 마련해 창업자의 꿈이 단절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손에 꼽는 ‘100년 기업’이 일본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2500곳이 넘는다. 독일과 일본 두 나라 모두 기업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데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세대를 넘어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은 결국 그 나라 경제의 기둥이 된다. 가업승계를 통해 더 많은 기업이 백년기업으로 장수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기업의 ‘블루존’이 되어 경제의 뿌리를 더욱 깊고 튼튼하게 만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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